일시 : 2012. 8. 17 ~ 8. 19(2박 3일)
- 1일차 : 14:00 진주출발, 19:00 한계령 장수대 비박
- 2일차 : 04:30 기상, 05:58 한계령 산행시작, 09:00 망대암산, 11:40 점봉산, 16:20 단목령, 16:40 설피마을
- 3일차 : 08:00 진주로 출발, 12:30 산청 민가네 중식, 14:30 진주 도착
○ 지원조 : 성철 아우
한계령까지 딱 5시간 걸린다
우리 희인이 조수석에 타자마자 스마트폰 열더마는 한계령 갈때까지 그러고 있다가 내한테 혼좀났다
아이나 어른이나 요즘 그 기계가 문제여
몇번이나 왔을적에는 몰랐는데 장수대에 이런 건물이 있데
59년도에 당시 3군단장이 지어서 군인들 요양소 비슷하게 운영하였는 모양이던데 요즘은 텅 비어있기로 별 생각없이 자리 깔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 곳으로 취사 및 야영은 엄격히 금지되며 적발시 과태료 부과한단다
하지만 모르고서야 이틀간 잘 이용했다
바로 위에 국공파 관리소도 있던데 참으로 무식이 용감이라
예전에 유명했던 장수대 야영장이 있던 곳이다
어느 해 폭우로 불어난 급류에 쓸려 인명사고도 나고 그랬다는데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서북능선
인근에 매점도 있고 식당도 있다
막걸리 한병 사와서 - 아니구나 주인이 없길레 외상으로 가져와서 나중에 갚으마 하였는데, 일요일 아침 그 주인이 벌금이 우짜고 하는 바람에 일부러 안 갚고 와버렸다 - 아주 한가한 기분으로 딸내미들과 저녁밥 지어 먹었다
가시나들이 간도 커요
어찌보면 폐가인데 무섭지도 않은가봐
아주 신나게 놀데
뚜버기네는 전날 23시쯤 도착했다
딸들은 텐트속으로 넣어 같이 재우고 우리는 마루바닦에 그대로 매트를 깔아 한잔을 나누다 잠들다
아침에 빨리 일어나 서두른다고 했는데도 한계령 철조망을 혹은 뛰어 넘고, 혹은 개구멍으로 밀어넣어 산행을 시작함에 6시가 가깝다
성철 아우는 조침령으로 가 역으로 마중나오기로 하였다
아이들이 무슨 죄짓는 것도 아니고 개구멍을 통과해 산행을 하게 되다니,
우중충한 날씨만큼이나 기분도 꿀꿀하다
한계령아 오늘 기어이 구름모자를 쓰고 벗지를 않겠다는구나
이삼십분 안개속을 뚫고 오르니 망대암산 바위구간이다
대체로 험한 지형은 아닌데 간헐적으로 로프따위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오르기에 상당히 난해한 곳이 나타난다
이 딸들이 누군가
3년 6개월을 대간길 지나와 이제 마지막 한구간 남기고 있다
이 정도는 식은죽 먹기란다
알아서들 척척 올라와요
몸이 가뿐하니 오히려 우리보다 더 잘 오르는 듯 하데
희인은 마실 나가듯 사뿐하게 잘도 오른다
혜인은 급체를 만났다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는 모르지만 안그래도 하얀 얼굴이 아예 창백하더라
게다가 입술은 새파랗다 못해 까매지기로 이거 오늘 되돌아가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뚜버기 나보고 손가락 딸 줄 아냐고 묻는데 나참~
수지침 그거 하나 사서 넣어 다닐거라고 마음 먹은지 3년도 넘었다
일단 혜인은 제 아빠랑 뒤로 쳐지고 나머지를 단도리 해 올랐는데 뚜버기나 나나 상황판단 안 서더라
뒤따르며 두어번 토한 모양이라
어째 징징대며 따라오기는 한다
자기도 하산을 해서야 다음에 올 일이 걱정되기도 하였겠지
금강초롱 이쁘게 핀 바위아래서~
이곳은 미끄러워 안되겠더라
먼저 올라 슬링을 내려 끌어 올렸다
귀떼기 청봉,
달아네 아우 사진 훔쳐 왔다
날씨 좋은 날 이런 모습으로 조망이 열리는 곳이다
참으로 아쉽도다
하루 내도록 안개속을 헤메다 말았다
지난번 설악산 구간때 희인이 급체 만났을 적에는 소변을 보게 했더니 싹 나아버리데
뭐라도 해 봐야지
혜인을 불러 앉혀 손바닦이고 손등이고 아무데나 경락이라고 생각하며 꼭꼭 누질러 주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왔제
망대암산 정상부는 그냥 통과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바람이 너무 쎄다며 선점한 산객들이 올라오지 말라고 한다
날씨가 좋은날은 점봉산도 저렇게 열리는 곳이다
얼굴에 핏기가 살짝 살아나는 혜인이 다행스럽게도 천도복숭아는 넘어가는지 두어개 먹는다
그거라도 먹어 기운을 차렸는지 이후로는 정상보행이더라
참으로 다행이여
마지막 밧줄 구간
날씨가 좋았으면 더 바랄게 없는 구간일 것인디....
비행접시 바위?
나는 못 보고 지나쳤는데 뚜버기는 우째 본 모양이다
전국 돌 중에 산행기에 제일 많이 등장한 돌덩거리일 것이다
조망이 안 좋으니 우리끼리라도 놀자
헤벌레~
이 계절에 많이 피는 진범
물 먹은 물봉선
점봉산 오름길에선 날 맑으면 이런 모습이다
서북능선
점봉산이 명색이 1,400고지인데 쉽게 꼭대기를 주나
더구나 안개속이라 아가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라
아.쉽.다
그렇게 기대했던 점봉산정인데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
혜인지 자식이 이제 정상으로 살아났구나
딸들은 조망이고 꽃이고 도대체 관심이 없다
무슨 할 이야기가 그리도 많은지...
쑥부쟁이 흐드러지더라
점봉산 구간은 보호해야 할 야생초화가 많아서 출입금지 구간으로 지정되어 있다는데 무슨 초화를 보호하려는 걸까
야생초화 군락도 별로더만
오후 두시쯤 되니 그나마 안개가 좀 사라지데
산정 부근은 그대로 였지마는~
내 이번에 술을 참은것도 있었지만 막걸리가 한잔 이상 안 들어가데
혼자 내 몫까지 마시더만 맛 갔다
두번이나 저러데
나도 마침 잠이 오기로 같이 좀 조는 사이에 딸내미들은 소리도 없이 앞서 가 버렸데
저쪽은 길도 아닌데 그냥 내려가잔다
길이 아니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내려간데요
놔두고 진행하니 할수없이 따라 오데
잠이 온다기로 한 5분이나 재웠다
우린 그 사이에 곁에 앉아 한병 남은 막걸리 마저 비웠나
단목령 감시소다
지키는 사람은 없더라
여기서 조침령까지는 4,5시간 걸릴 것인데 현 상황에서 무리다
성철 아우를 설피마을로 오라하고 이곳에서 중간 탈출하기로 한다
진동리까지는 1,300m 란다
물이 많은 계곡을 쉬엄쉬엄 내려오다
여기서부터 점봉산까지가 입산금지 구간인 모양이라
옥수수밭 지나다
남의 집 개구경 한다고 한참이나 저러고 있다
개 짓는 소리에 주인 할매 내다보시곤 아이 둘이 저러고 있으니 그냥 다시 들어 가신다
벌개미취 예쁘게 피었고나
성철 아우가 여기까지 찾아 든다고 욕 보았단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설피를 신지 않으면 다닐수 없어 마을 이름도 설피마을이란다
최근에 방송에서 뛰워 땅값도 오르고 꽤나 유명해 졌다는데, 뭐 볼 게 있었지
멋도 모르고 다시 그 집으로 왔다
참말로 공단 직원이 보았으면 웃기지도 않았을 게다
뭐 모르고 그랬는데 할 수 있나
이왕 용감해지는 김에 아가들 계곡에서 샤워도 다 시켰다
나는 맥주만 마셨다
덕분에 다음날 진주까지 내려오기가 서너배는 더 수월하데
아하~
밤 열시가 넘었제
난데없이 키라 아우네 가족이 들이 닥치데
그 집도 하는 짓이 도깨비여~
일찌기 깨워서 아침밥을 억지로 먹이다
남은 음식들이 많아서 다 처리하고 가야 마누라들이 눈치를 안하지
모습 가관이구만
이후, 진주로 내려오다가 산청 민가네 집에서 잔치국수로 점심을 때우고 오다
민가 그 친구 국수 삶는 거 보면 신기하단 말이야
어따~
세월 기네
이왕 시작한 거 중간에 그만 둘 수도 없고 끝까지 한다고 아이나 어른이나 힘들었네
이제 가을이 깊은 날,
미시령에서 진부령까지 이어가면 이 기나긴 백두대간길도 끝이구나
우리 희라도 시원섭섭 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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