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산행

한강기맥 2차(운두령~구목령-2009년 7월)

객꾼 2014. 5. 23. 13:49

"아가씨~ 일요일 막차는 몇시인교?

"12시 10분예~"

그러고서 상행선 표를 받아 들었다

 

 

그런데 곰곰히 여겨보니 천상 막차 표를 끊어 놓아야 겠다 싶다

약 10초의 시간이 흐른 후,

"아가씨 일요일 12시 10분차 주시오~"

"날짜와 시간이 맞는지 확인하세요~" 하며 표를 건넨다

 

무심히 들여다 보니 일요일로 표시되어 있고 10분차 이다

그냥 주워 넣으려다가 조금 이상하여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아가씨~ 이거 10분으로 되어 있는데, 혹시 토요일 밤이 지나고 일요일 새벽 10분차 아닌교?"

가스나가 눈을 치뜨며치받는다

"아저씨가 일요일차 주라고 그랬자나요?"

 

쯔쯔..

저걸 대가리라고 달고 다니고 말이라고 씨부리나 싶었다

다만 우리딸내미들은 저리 골비게 안키워야지 싶으며 즐거운 마음 유지하며 조선일보 한부 샀다

 

동부터미널 앞 포장마차에앉아 촌국수 한그릇과 막걸리 한사발 기울이며 뚜버기를 기다린다

길건너 포장마차에 있다고 하니 잘 알겠다 한다

약조한 시간쯤에 전화가 울린다

보니 뚜버기 저쪽 길건너에서 등을 돌리고 부지런히 전화로 씨부리고 있다

 

여차저차하여 길건너게 하여 만났다

막걸리 한사발과 촌국수 한그릇을 시키니 뚜버기 한마디 내볕는다

"야이 쓰벌아~ 통상 포장마차를 들어갈라모 그냥 그 앞에 있는데로 가지 굳이 길을 건너서 들어가는 대가리가 있나~"

"니야 서울놈이니 그렇지 촌놈의 세끼눈에 포장마차에 어데 한눈에 딱 뜨이간데?"

 

평창 진부면에 당도하니 아홉시가 넘었다

약조된 택시를 불러(010-4363-4007) 운두령 원두막으로 향했다

택시기사가 말이 통하는 사람이다

생고기 부탁한것 10,900원과 택시비 미터요금 26,500원이 나왔는데 그냥 35,000원만 달라한다


 

 

 

 

 


한번씩 영문을 알수없는 차량이 광장에 머물다 가는 것 빼고는 적막강산이라 분위기 좋다

정답게 정을 나누며 언제나와 같이 내일 산행에 대한 심도있는 대화를 나눈다

참으로 근간에 비박중에 마음에 드는 장소였다

 

음.....

저놈의 술병들 봐라


 

 

 

 

 

 


여섯시가 훌쩍지나 잠깨었다

느긋이 산행을 준비한다

꾸물거리고 있으려니 저쪽 주막들에 주모들이 출근을 시작한다

 

막걸리 댓병으로 따로 하나 시키고 한병은 냉큼 비운다

4홉들이 소주 한병 추가로 챙김을 잊지 않는다


 

 

 

 


밑으로 향한 모습이 불밝히는 초롱과 비슷하여 초롱꽃이라 한단다

꽃은 이쁘다

허나 꽃은 꽃이란 식물의 성기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같은 기분일지 모르겠다

즉, 교잡과 교배의 입장에서 본다면 말이다

 

그때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하나님의 말을 전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에 비둘기와 백합이 같이 있다 한다

비둘기는 성령을 전하는 물건이었다가 점차로 엉뚱하게 평화를 상징하는 물건이 되었고

백합,

하나님이 사탄을 만든것은 예쑤를 더 위대하게 하고자 하는 목적이라는데 진실 여부는 모르겠고..

 

그 사탄이 백합을 질투한 나머지 장난 하나를 쳤다

백합을 자세히 보라

남성의 성기 하나가 그대로 중앙에 꽂혀있다

제세상에 사물들을 이러한 전혀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한다면,,,에~또,,골통소리 듣나?


 

 

 

 

 

여덟시쯤 진행한 산행은 순조롭다

길이 참 마음에 드는것이 초반전에는 오르막도 거진 없다

1273봉, 1360봉을 지나니 첫헬기장이다


 

 

 

 

 


산행 시작한지도 거진 두어시간이니 막초가 그리울 때가 되얏다

1박 2일 예정에 막초 8병, 소초 8병, 캔맥초 2병이라

이건 <알중의 한강기맥>이라 해도 손색이 없겠다


 

 

 

 

 

 


꿩의다리가 예쁘게 피어나기 시작한지가 제법 되었다

아매도 우리가 제일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꽃의 성기중에 하나이지 싶다


 

 

 

 

 

 

 

출발한지 세시간쯤에 보재령을 지난다

왜 보재령인지는 모르겠다

고개 이름을 몇번 지껄이다 보니 혓바닦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지도에는 보재령으로 되어 있고 팻말에는 보래령이네 ...중요하지 않어~)

 

어~따,,,

이번에 참말로 원없이 음담패설 하였네 그려


 

 

 

 

 


선답자의 산행기를 읽어보니 보래봉 오름길이 장난이 아니라기로 엄청 각오를 단단히 하였난데 그저 그렇데

한강기맥은 예전 무장공비들이 침투로로 이용할만 하다

산 깊은 맛이 내도록 느껴지는 산행이다


 

 

 

 

 

 


어드메쯤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

산행은 벌써 다섯시간째로 접어든다


 

 

 

 

 

 

 

 

여덟시간쯤 가니 다람쥐 한마리 길손을 맞이한다

길을 나아가는 동안 자칫 마음을 한가이 하면 다른길로 빠지는 곳이 많다기로 길이 분기하는 곳마다 정신을 바짝 차린다


 

 

 

 

 

 


미역줄나무들도쉬었다 가라고 을매나 팔을 잡는지...



 

 

 

 

 

이걸 강사랑물사랑님이 낙동정맥 하면서 뚜버기한테 윽수로 장황히 강의를 했단다

뭐시라 잎이 없이 자라는 유일한 식물이 우짜고 하는데 정작 그 이름이 생각 안난단다

삼규한테 전화하니 받나~

꿩여사한테 전화하여 물어보니 객꾼식의 설명으로는 모르겠단다

 

참나~

강사랑님한테 전화해 물어보면 될걸로~

'속새'란다

예전 우리는 보리밭에 자라는 잡풀들의 총칭을 '쏙쌔'라 하였난데 이건 그러면 산의 잡풀일 뿐인가


 

 

 

 

 

 

육덕님의 산행기에 '용도를 알수없는 모기망들이 쳐져있다' 하였난데

이건 아마도 낙엽량을 조사하는 표본구일 것이다

낙엽량을 왜 조사하는지는 모르겠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살모사가 몇마리인지 조사하는 표본구라 해도 할말없고~


 

 

 

 

 


아....썩을~~~~임도....

임도에 대한 애정이 퐉 식어뿐 이번 산행이었다

 

내 나름대로 이번에 윽수로 연구하고 갔다

그런데 이 임도의 존재에 대하여는 알았지만 연구는 안했다

그냥 당연히 외길 임도인줄 알았다


 

 

 

 

 


이게 이길과같이 양호한 쪽이 하나 있고, 왼쪽으로 철조망이 쳐져있으며 출임금지 팻말도 붙어있는 길이 있다

나야 평상시 법도 잘 지키고 또한 가지 말라는 길은 안가는 사람이므로 당연히 철조망 쳐진길은 우리의 나아갈 길이 아니라 생각했다(왼쪽은사진도 안 찍었다)

 

뚜버기가 약간의 이견을 제시했지만 일단 막걸리 한사발 나누면서 심도있게 대화를 해 보았다

이견을 제시했으면 초지일관 해야지

막걸리 다 마시고 왈,

"내가 깊이 통찰해 보니 오른쪽 이 길이 맞다~" 한다


 

 

 

 

 

 


일단 오늘중 제일 멀리 조망되는 곳으로 한방 날리고.....

룰루랄라~ 출발


 

 

 

 

 

 


길 참 좋다

임도가 이리 좋아도 되느냔 말이지


 

 

 

 


지나온 1200봉인지...

삼라만상과 인생에 관한깊이있는 대화를 하기도 하고

길섶에 자란 풀들과 사면의 마사토에 대한 이야기도 하면서 그저 자연을 즐기며 산행의 막바지 즈음을 즐기고 있었다


 

 

 

갑자기 지독한 폭우다

사진으로는 아니 찍혔지만 엄청남 폭우였다

이때쯤 서서히 대가리가 현실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암만 보아도 마루금이 멀어지는 듯 하다

일단 더 내려 가 보기로 한다

임도를 따라 내려간지 한시간쯤...

비로소 길이 잘못됐다는 확신에 이른다

 

다시 되돌아 올라가기로 한다

올라가는 길은 왜그리 먼거야

한시간이나 내려간 길을 되돌아 올라오는 정신상태, 일단 그거는 높이 쳐준다

다만 내려가도 오덴지 모르는 경우이고 다음에 다시 타고 올라올 일을 크게 걱정하는 마음이 없다면야


 

 


비를 쫄쫄 맞으며 한시간 넘게 다시 올라오고 있다

둘이 말이 없어진지 오래다

객꾼 갑자기 생각난 듯이 불쑥 내볕는다

"어이~뚜버가~우리가 굳이 오늘 구목령까지 갈 필요가 있나~"

"없지~"

"그라모 여그 이 임도에 물이 있다고 하였으니 그냥 적당한 곳에 자고 내일 아침 일찌기 가자"

"그러면 되지~"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을 비 속에서 실감했다

갑자기 상황이 역전되어 둘이서 끝도없이 시시덕거리며 이디피에스를 이어간다

우리가 그날 얻은 진리하나,

<이미 닥친 상황에 연연하지 말고 그 상황에서 최대한 긍정적인 방안을 찾는 버릇을 하자>

 

다시 처음의 그 자리로 돌아와 반대쪽으로 가보니 철조망 뒤에 길이 있고 그 길로 접어드니 그 길도 못지않게 양호하다

이십여분쯤 내려가니 포크레인과 트럭들이 서 있고 생수통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생수통 하나 줏어 들고 돗자리 깔판하나 챙겨 길을 이어가는데 즐거웁기 그지 없드라

 

마침 적당한 곳에 텐트칠 자리가 있어 비오는 중에 룰루랄라하며 뚜버기가 가져온 타프를 쳤다

그게 참 쓰임세가 있다

육각에 돌들을 하나씩 얹어두고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편다

이미 물기를 많이 머금어 아무리 닦아내어도 축축하다

어느순간 줏어온 돗자리를 펼치니 갑자기 외양간이 호텔이 되어 버리는 듯한 기분이다

 

안에서 홀랑벗고 이리저리 물건들을 정리한다

대충 정리한 뚜버기 알탕 가잔다

"야이 쓰벌아~,,수건으로 물기만 닦으면 알탕인데 미쳤다고 또 비를 맞냐~"

뚜버기는 기어기 알탕을 간다 임도를 가로질러 홀랑 벗고서 말이다

 

저멀리로 찬물을 끼얹는 뚜버기의 함성에 참고 앉았지를 못하겠다

나도 홀라당 벗고 계곡으로뛰어야 했다

 

참으로 고즈녘한 밤이었다

더군다나 남아있는 소초가 충분함에랴

타프로 떨어지는 빗소리 들으며 그 밤을 마음껏 즐기었다


 

 

 

 

 

 

03시에 기상한다는 것이 손전화 불통지역이라 알람도 안된다

일어나니 4시반이다
아마도 비는 멈춘듯하다


 

 

 

 

 

서둘러 아침을 챙겨먹고 출발하니 여섯시는 못되었다

결과적으로 아쉽다

어제 길을 헤메이지 않았고 이날 계획된 시각에 일어 났다면 충분히 먼드리재까지 끊을 수 있었을 터인데...


 

 

 

 

 

 

임도가 마루금으로 꺽어지는 지점에서 물을 보충한다

이 임도의 물은 왠만해서는 마르지 않겠다


 

 

 

 

 


크고작은 봉우리들을 세시간 가량 내리고오르니 암봉이다

그나마 안개덮힌 산이나마 조망이 되는 순간이다


 

 

 

 

 

 

 

 

바위채송화와 돌양지꽃 등속들이 물기를 머금고 청초히 솟아있다


 

 

 

 

 

 


구목령 직전 헬기장이다



 

 

구목령에 이르니 8:45

일말의 주저없이 먼드리재까지 나아가려 했다

일단 앉아서 막걸리 한사발 나눗고 출발키로 한다

 

이제껏 불통이드만 왜 문자가 되냐고~

뒤따라 출발한 조은산님 일당과 문자 몇번 날리다 보니 마음이 변한다

"야~뚜버가,,,굳이 우리가 먼드리재까지 갈 필요가 있냐~ 다음에 가자~"

"그려~그려~"

 

소주 두병만 남기고 남은술 다 마셔 제치는데 한시간쯤 걸리드라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우리가 길을 헤메지 않고 어제 구목령까지 왔다한들 고생 오지기 했을뻔 하다

조은산님이 이르기로 구목령에서는 오른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식수가 많을게다 하였기로 틀림없이 물 찾으러 오른쪽으로 갔을 터이다

왼쪽으로 가면 100m만 가면 된다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35분 걸린다

 


 

 

 

 

오른쪽 지장마을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먼저 내려가 알탕하고 있을 요량으로 말이다

참으로 깊디깊은 산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기억을 다 하지 못하는 연유도 있는지 모르지만 이제껏 다녀본 산 중에는 제일 깊으리 하다


 

 

 

한시간반쯤이나 내려오니 알탕하기 그럴싸한 곳이 계곡 아래로 보인다

치고 내려가 원껏 알탕했다

 

그런데 다하고 올라오니 내려갈때는 못본 차량이저곳에 있다

지나쳐 내려가자마자 연이어 그차가 우리를 추월한다

좀 태워달랄 요량으로 뒤돌아서 눈으로 맞이하는데 사람이 가득이다

 

문득보니 뒷자리에 스무너댓살 여남의 비구니 스님이 앉았는데 무의식중에 고개를 까딱하며 눈인사를 하니

스님이 마주 고개를 까딱하며살째기 미소짓는다

헌데그 웃음이 제법 은근하다

마치, 좋은 눈보시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의미같다


 

 

 

 

 

 

마을로 내려오니 밭마다 작물들이 가득이다

그야말로 자연산 더덕과 진배없지 않겠는가


 

 

 

 

 


떡치라 한다는데 말 그대로 떡할때 사용한단다

그래도 너무 많이 심어져 있어 혹시 다른 용도가 있나 싶어 마을사람들에게 물으니

"떡할라 심지 뭐드러 심었겠어요~" 하며 강원도 말로 되받는다



 

 

 

 

참 정겨운 풍경?

아니다

벽들은 허물어지고 여기저기 물건들은 정리도 안되게 쌓여있고

시경에서 춘추전국시대의 황폐한 마을을 논할때 등장하는 가옥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닭들 뛰놀고

노인네 대청에 누워계시긴 하다


 

 

 

마을로 내려와 노인 세분이 이야기하고 계신 집 마당에 앉아 남은 소주를 어른들과 같이 비운다

어릴적 호랑이를 보았냐하니 자기들은 못보았고 당신네 할아버지들은 보았다 하드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눗다 노인네들은 점심자시러 떠나고 뚜버기와 둘이 그대로 마당에 누워 잠자고 있으려니 조은산님의 전화다

 

합류하여 계곡에서 알탕을 끝내고 구목령까지 택배하러 올라온 기사님 가게에 들러 일잔을 나눗다

그 다음 횡성까지 예맥팀의 버스로 가다가 하차~

서울로 가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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