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마지막 길이다
조은산님과 백양산이 왠일로 좀 빨리 출발해 왔기로 가는길에 순천 진달래 식당에 들러 저녁을 먹고,
저번에 보아둔 쉬양릿재 아래 폐업한 농원으로 스며 들었다
부도난지 얼마 아니되는 냥 마시다만 술이며 이불 나부랭이들이 많다
그날 무얼 주워 마셨는지 뒷날 내도록 골이 아파 죽을뻔 했다
이 세끼도 선수 다 됐다
폭신한 곳은 알아가꼬 그런데만 골라 앉는다
그러다가 대가리에 불나지만...
이 놈이 산타는 게 선수라는 말이 아니라 붙을곳을 안다는 말이다
조은산님은 지가 무슨짓을 해도 안 때리므로 늘상 빌붙는다
물 묵고 싶을 때도, 빵 먹고 싶을 때도..
쉬양릿재 들머리다
차를 난재배 하우스 아래 공터에 파킹시켜두고 오른 모양이다
날 한번 차데
이런곳을 수도없이 지난듯 하다
주작공룡능선이 딱 3시간 걸렸으니 조은산님 말마따나 설악공룡에 버금 간단다
저번 눈내렸을때 쉬양릿재에서 스톱하였기 망정이지,,하긴 내쳐 갔었어도 되돌아 왔을 터이다만
서산에 달님의 잔영이 아직 또렷이 남아 있다
주작공룡에서의 일출이다
일출 바라보고 앉았는 사람들~
이런길에선 벤또가 제일 날아 다니더만
아마도 가련봉과 두륜봉이련가
시간이 예상외로 많이 걸리는지 쉬어가자는 말에 조은산님 오소재까지 가서 쉬자 한다
덕분에 1시간 30여분을 휴식도 없이 나아갔다
오소재 샘터는 그냥 계곡물이다
아마도 오소재에서 마루금으로 오르는 길은 따라 있는 모양인데 우리는 그냥 일반 등산로로 올랐다
오소재에서 40분쯤 진행하니 멋진 공터가 있다
그예서 기맥은 좌틀하는데 그 오른쪽에 멋드러지게 버티고 있는 산 하나 있다
고계봉
가련봉 오름길
본시 암릉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틀간 하도 암릉길이 많아 언제나 흙길이 나오나 싶기도 했다
가련봉(703m)
가련봉에 서니 시 한구절이 생각난다
어젯밤 비에 피어난 꽃이
오늘 아침 바람에 지는구나
가련하고나 봄날의 일이여
비와 바람에 오락가락하니...한겨울에 웬 봄타령?
두륜봉을 향하여~
백두산에서 흘러내리다 우뚝 솟은 봉우리라 하여?
구름다리
옛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빌려 표현 하자면 참으로 말 만들기 좋아하는 이들이 지어낸 이야기 많구나
두륜봉에서 가련봉
나아갈 대둔산
벤또는 웬만한 곳은 그냥 활강이다
참으로 개세이들이 그 높은곳에 서면 오금을 저려 하건만 특이한 놈이다
내는 저리까지는 몬한다
저렇게 버릇을 들여 놓으니 어느 비탈진 내림길에서 내가 안아 내릴라꼬 손을 뻗었는데 바로 내를 향해 점프를 해뿌데
내 그때 무심코 그놈 뒷다리 낚아채지 않았으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후라이팬에 올리면 좋을마냥 떡이 되었으리라
벤또 내려다보며 이르기로~ '똥차~~밀린다아~~~~'
대둔산이 지척으로 다가섰다
대둔산 지나 316봉, 410봉으로 암릉은 끝도없이 이어진다
후반부 들어 벤또와 조은산님이 피치를 올리는데 백양산과 객꾸이는 따라 붙는다꼬 정말 욕 봤다
길은 아늑한 숲길로 변했다가...
막바지 299봉에서 또다시 암릉길이다
이미 시야에서 벤또일행은 사라졌다
무심히 백양산과 객꾸이 뒤따라 간다
어느 지점에서 길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귀찮아서 확인도 안하고 하강한다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뚜렷했던 길은 이쯤에서 없어졌다
그제야 조은산님께 전통을 날리니 전혀 다른 능선길에 앉아 빵묵고 계신다
"양산아~ 우리는 고마 이길로 내리가자~"
이 동네 사람들은 나무도 안하나
산에 왜 길이 없나 씨부랑거리며 마을로 탈출이다
저 능선을 따라 하산해야는데 299봉에서 그냥 내리 꽂았는 모양이다
닭골재를 향하여 도로를 따라 한참이나 걸었다
산에서는 모르겠더만 어찌나 바람이 차던지..
닭골재 폐업한 돌공장에 앉아 조은산님께 전화를 때리니 무슨 영문인지 받지를 안한다
다음 들머리 찾으려 한참이나 돌아다니다가 다시 돌공장으로 돌아와 앉았는데 그 추위속에서 졸음은 또 어찌나 쏟아 지는지..
앉은 자세로 한참이나 잤다
얼매나 깊이 잤으면 그날밤 잠이 안와 시컵했다
30여분도 훨씬 지나 조은산님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까 빵묵던 곳에 전화기를 떨어뜨리고 와 날머리에 거진 도착해 다시 돌아가 전화기를 회수 했단다
다시 30여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추위에 떨고 있으려니 오늘밤 도저히 야영할 자신이 없다
조은산님 스타일로는 틀림없이 야영하리라 싶어 백양산과 둘이서 머리 쓰기로~
일단 목욕탕에 가자캐가 가자한다면 그게다 만원쯤만 더 붙이면 되니 여관으로 가자꼬 꼬우자 캤다
그런데 머리쓸 일도 없었다
여관가서 자자카니 생각도 안해보고 그러자 카신다
어제 약조한 택시기사가 땅끝마을까지 왔다
날머리에 차를 그대로 두고 닭골재로 향하는데 날씨가 장난아니게 춥다
아마도 택시기사는 우리가 이해가 잘 안될 터이다
달마산을 향하여 한참이나 오르려니 일출이 시작된다
해 뜨는 저 섬이 완도라 한다
나야 이런 광경을 보고 자랐으니 별다른 감흥이 없다만,
육지나 산골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꽤나 진기한 산길일 터이다
멀리로 대둔산이 멋드러지게 조망된다
이날 조망은 전날보다 훨씬 깨끗하다
이 자리에서 올려다 보니 예전에 학교산악회 따라 이 산에 한번 왔었구나 싶다
오늘 길도 오르내림이 장난이 아니다
이런산이 우리 고향에도 하나 있었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몇번이고 한다
벤또 이 자식 참 대단하다
이제 왠만한 클라이밍 기술은 스스로 터득했다
우짜나 싶어 내려다 보고 있으려니 자기 엉덩이를 홈 사이에 끼워 그 반동으로 몸을 올리드만 발톱으로 찍어 가뿐히 올라선다
대둔산
능선 서쪽으로 멀리 조망되는 섬은 진도라 한다
달마산을 향하여~
이 시간쯤이면 바닷물은 만조인데 갯벌이 드러나 있기로 이상하다 하였는데 문득 내려다보니 그 사이 물이 차 있다
내 설명과 틀려 의아해 하는 백양산에게 말하기로 '이 바다는 우리 동네 바다하고 틀린갑다' 한다
바다 건너 진도...
사진에는 아니 보이지만 김 양식장이 끝도없이 펼쳐져 있다
달마산정
완도군은 여러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 모양이다
떡봉과 도솔봉이 멀리로 조망된다
이제 땅끝이 한눈으로 보이기 시작하니 마음이 한결 포근해진다
벤또는 무슨 찌꺼래이를 하나 찾아 물드만 그거 씹어 삼킨다꼬 바쁘다
달마봉 능선
암릉들
떡봉쯤 되는가 본데...
벤또 이놈이 이때부터 앞서서 내빼기 시작하는데,
통상 5 내지 10미터 앞에서 얼쩡 거리드만 아예 눈에서 사라지기 예사다
앞서가던 놈이 길이 아닌곳에서 깨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라
저번에 잊어 먹었을때야 출발점에 차를 파킹해 두었으니 되돌아가 기다렸다 치고
이번엔 날머리에 차를 두고온 참이라 한번 빠이빠이하면 다시 만나기 어려울 바라
이쪽저쪽에서 한참을 불러도 기척이 없다
바람이나 없나
찬바람은 쌩쌩 몰아치제 정말 개세끼 소리가 절로 나오드만
벤~또~야~~~
벤또~~야...이~개~~세~~끼야~~~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사람 자빠질 이름이여~
아...棗ㅅ 만시키~
한 오분을 그리 애타게(?) 불러 제치는데 갑자기 앞쪽길에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타나데
마치...
'아~~추워 죽겄그마는 와 안따라 붙고 어만 산기슭에 대고 불러 제치고 야단이고~' 이카는거 같데
참으로 우리땅에 도솔봉도 많고 도솔암도 많고나
떡봉서 부터는 앞서가는 벤또 아니 놓칠거라꼬 을매나 따라 붙었는지...
이때부터 또 이산가족이 되어서리~
도솔봉에서 우틀하여 나아가는 땅끝길이 확연히 보인다
지 혼차 신나게 내빼다가....
아~ 뭐하요...빨리 안따라 붙고,,
벤또에게 이런 코스는 이제 식은죽먹기다
지나치며 보니 도솔암이라는 것이 조립식 건물이기로 그냥 지나쳤다
벤또랑 앞서서 나아가 한참이나 기다렸는데도 아니오길레 허기가 져서 밥먹고 오나 싶었는데....
정작 도솔암은 바위새 멋드러진 곳에 아기자기하게 지어져 있더란다
지나온 능선~
진도 방면
해남군 송호리해수욕장 방면
바람없는 임도에 퍼질러 앉아 허기진 배를 채우고 출발하니 비로소 땅끝전망대가 보인다
땅끝호텔을 지나 마지막 산길로 접어드니 코앞에 전망대가 있다
이래저래 땅끝을 마쳤다
다섯번? 여섯번 출동했나?
그 고장 홍주맛이 아직도 혀끝에 삼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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