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시 : 2014. 6. 5(목) ~ 8(일), 3박 4일
◈ 산 행 :
- 1일차 : 하뱃재(08:00) ~ 1075.2(09:15) ~ 응봉산(15:40) ~ 행치령(18:15) ~ 아홉싸리재(19:00), 17.8km
- 2일차 : 아홉싸리재(05:00) ~ 백암산 갈림길(07:53) ~ 아침(30분) ~ 문내치(08:20) ~ 가마봉 갈림봉(10:13) ~ 황병고개(11:15) ~
점심(40분) ~ 소뿔산(14:00) ~ 1074봉(14:35) 에서 알바시작, 완전 반대방향인 달음재 도착(15:50) ~ 화물차 히치로 내후동
(백두산휴게소) 경유 거니고개(청정조각공원) 도착(16:10) 휴식(2시간) ~ 길 건너 456.9봉 무덤에서 야영(19:00), 약24km
- 3일차 : 무덤(06:00) ~ 매봉 남봉(12:30) ~ 홍천고개(13:40) ~ 차량히치(14:10) ~ 두촌리(14:30) ~ 홍천 행 버스(14:40) ~ 홍천(15:20) ~
서울행 버스(16:20) ~ 서울도착(18:30) ~ 진주행 버스(23:00), 13km
◈ 동행 : 뚜버기 / 두루님과 산냄시님 아홉싸리재에서 조우
▽ 하뱃재 ~ 1073봉 ~ 각근치 ~ 응봉산 ~ 행치 ~ 아홉싸리재
서울 강남터미널에도 홍천가는 버스가 있던데 서울사는 놈이 그것도 모르고 남부터미널로 오라기로 갔다
남부터미널은 한강기맥 할 때도 우리가 자주 만나는 곳이다
헐~
지금 생각하니 그럼 그때도 일부러 남부터미널까지 갈 필요가 없었자너
우쨌거나 넉넉하게 표를 예매해 두고 한잔 술을 나누었다
아홉시쯤의 버스였는데 홍천 도착하니 10시 반쯤이다
자식이 언제부터 깔끔을 떨었다고 모텔을 찾고 찜질방을 찾고 그런다
그냥 터미널 대합실에서 아무렇게나 자자하니 건 좀 그렇다며 홍천 강가를 뒤지다가 마땅한 곳이 없어 대합실 구석으로 돌아 오는길에 너무나 멋진곳을 만났다
터미널앞 상가 주차장이었는데 차도 없고, 마침 냉장고 따위의 대형 빈박스가 있어 그걸로 집을 지어 아주 훌륭한 밤을 보냈다
그 장면을 담았는데 아주 삼각팬티만 입고 있는 사진이라 민망해서 끌어오지 못하겠네
이른 아침 맛도 없는 해장국 집에서 대충 배를 채우고 첫차로 하뱃재에 당도하니 8시가 가깝다
식당도 있고 민박집도 있고 제법 그럴듯 하다
막차로 여기까지 도착할 수만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도시를 벗어나 하룻밤 유하며 산정을 나눌만한 마을이다
대충 들어서다가 들머리가 헷갈려 상추밭 젊은 총각보고 산길을 물으니 집뒤로 돌아가라고 건성으로 일러준다
뒤안으로 돌아가 보니 등산로는 아니다
마을사람 수준에서 생각하고 그냥 대충 치고 올랐다
<더덕밭...자연산이나 진배 없네>
집 뒤로 주인이 산나물밭을 만들어 놓았다
나물꾼들이 그 전에 딴 나물 다 버리고 다시 따 담아간다는 병풍취란다
나물중에 일미라나 뭐라나
무덤가에는 우산나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예전에 할매들에게서 얻어 먹어 본 이후로 가끔씩 따 먹는데 사실 별 맛은 없다
나물중에 맛 없다는 단풍취란다
하도 맛이 없어서 양념에 버물러 그 양념맛으로 먹어야 한단다
지리산에서 신기한냥 다투어 캐던 사람들 알고보면 나물도 모르는 사람들이었군^^~
저쪽으로 한강기맥인감
여기서 저기까지로 이어지는 산골은 아마도 우리나라(남한)에서 제일 오지이리라
3일 산행 내도록 우리가 너무나 깊은 산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을 내도록 받았다고나 할까
강원도 산골에서는 유월의 신록이 절정이다
어지간해서 미역줄나무 밭에서 포즈를 잡겠는가
여하튼 산이 너무 깊었어요
에얼리언이 이 나무에도 숨어 있다
저번에 그놈이 계속 따라 다니는 긴가
캬~
이 맛이여
느껴보지 않고서 어찌 이 한가한 순간의 한잔 막걸리맛을 알겠는가
관중 우거진 곳에서도 멈춰 폼을 잡아보다
요즘 들어서는 산행에 즈음하여 잊어먹고 출발하는 물건이 많다
스틱은 열번에 아홉은 두고 가는 형편이다
그냥 있는 배낭속 들여다 보지도 않고 술이나 몇병, 쌀이나 몇줌, 옷이나 몇가지 챙겨서 떠난다
그늘사초 녹음진 곳 지나다
이 풀만 보면 유달시리 딸내미들캉 걸었던 산길의 추억이 새록하다
뚜버기 보고 이 고개 이름이 무어냐하니 이름없는 고개란다
나중에 진행하며 보니 이름이 있는 고개였는데, 외워 두었다만 시방에서야 까 먹었다
각근치는 여기가 아니었고~
깊은 산
도면상으로는 응봉산에 이르면 이날 산행은 거진 끝나는 듯 하다
선두로 와서 생각도 없이 직진하여 그늘속에다 배낭을 두고 뚜버기 기다린다고 기다린게 아니라 헬기장에서 놀고 있었다
나중에 따라온 뚜버기 사진 몇장 찍더니 아무 말없이 사정없이 좌틀해 나아간다
어휴~
나 혼자 나아갔다면 그날 둘이 이산가족 될 뻔 했구마
저쪽은 설악산이로구나
진주이마운틴 오십명도 넘는 식구들이 일부 희운각에서 빠지고, 공룡능선을 넘는다는데 실로 걱정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나중에 보니 다들 무사히 넘으셨긴 하셨더라
어느 지점에서 뚜버기 두뇌플레이를 한다
산길과 임도가 나란히 나아가는데 임도로 빠지는게 어떠냐 한다
힐끗보니 의논도 필요 없겠다
100m 쯤이나 잘 벌목된 산사면을 타고 내려가니 이리도 정겨운 길이 있다
한참을 따라 내려가니 지도에도 없는 제법 큰 마을이 있다
가만 살펴보니 농가당 경작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아마도 농사지을 여견이 좋아 새롭게 흘러 들어와 이루어진 마을이지 싶다
배운게 도둑질이라 농가소득을 따져보니 평년작이라도 조수익이 1억은 훨씬 넘겠더라
이 밭 하나가 면적이 5천평은 됨직하고, 2011년 때인가엔 감자가 한박스에 7만원 했었다
그럼 두평에 한박스 잡아 생산량을 2,500박스만 잡아도 이 밭에서만 1억 7,500만원을 벌었다는 계산이잖어
물론 농사를 이런식으로 계산기 두드리고 했다가는 쪽박차기 십상이다만,
내 절친한 친구 중에 그런 놈이 있어서 언급하는 이야기다
물넘이 고개란다
이곳저곳에, 심지어는 일본산에 가도 배너미(배넘이), 무너미(물넘이) 지명이 많아 이것이 무슨 신화와 관계있는가 조은산님께 물어보아도 나보고 연구해 보라 하시더라
진짜로 배가 넘고 물이 넘은 사연이 있는겐가
여기서 아홉싸리재(사실은 행치) 까지는 다들 도로를 이용하는 모양이라
일부러 기웃기웃 산길을 찾아 보아도(산길 걸을 생각은 바늘 끄트리 만큼도 없었음) 아예 흔적조차 없더라
산행이 끝났다 하며 아주 느긋한 마음으로 고개만디로 나아갔다
저쪽은 대간이가 한강기맥이가~
사진에서 보아 온 마의태자 노래비다
소백산에서 이쪽 강원도 산간까지 마의태자의 전설이 많은 것을 보면 태자가 제법 적지 않은 시간동안 많은곳을 걸어(피난) 다니며 망국의 한을 노래한 모양이라
건데 조영남씨가 이런 노래를 불렀었나?
우리는 이곳이 오늘 산행의 종착지 아홉싸리재 인 줄 알았다
그곳에는 당연히 정자가 있다는데 아니 보이기로 마침 공사중인 사람들이 있어 공사 관계상 철거했나 그 생각까지 하였다
하여 물어보니 아홉싸리재는 길따라 가면 두어시간은 더 가야 한단다
낙담하여 오늘 그곳으로 오신다는 두루성님과 산냄시 성님께 전화 넣어보니, 문디 영감들이 별로 따지도 못했더만 나물 따느라 아직 산에서 내려 오지도 못했단다
아따 정말 가기 싫데
이때 심정이 어땠냐 하면 딱 비유하기 좋은 일이 있네
내가 군대때 보안대 따까리를 서너달 한 적이 있는데, 어느날 보안대 부관이 오소리 한마리를 가져와서는 요리를 좀 해 보래
어릴적 토끼 껍질은 많이 벗겨봐서 장만하는데는 아무 애로가 없었어요
(결과적으로 삶아주니 온통 기름투성이라 먹지도 못하더라만)
건데 사단은 다음날 생긴거라
이 시키가(나이도 나보다 두세살 밖에 안 많았음) 어데서 이야기 하다가 오소리는 쓸개가 진짜라는 말을 들은 모양이라
내가 군대때 전화 받아 본 적이 딱 그때 한번이라(군대서 전화 받으니 신기하데^^)
이 시키가 다른 부대에서 전화를 넣어 나보고 어제 오소리 창자 어쨌냐고 묻데
땅에 묻었다고 했지
파서 쓸개를 떼 내 놓으래
아따 시벌눔~
군대니까 시키니까 하지
그걸 파 내어서는 창자 뒤적여 쓸개 찾아서는 잘라내는데....
나는 시방도 시체 암매장 해놓고 장소가 마음에 안 든다고(?) 다른날 가서 다시 파서 다른곳에 묻었다는 놈들 보면 사람도 아니라고 봐
비약이 심했나^^
여튼 뚜버기 궁댕이 보며 따라 올라가는데 딱 그때 생각이 나데
아무튼 46분 만에 도착한 아홉싸리재엔 정자가 있긴 있더군
아주 잠시 둘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성님들이 차타고 붕 나타나셨다
막걸리며 물이며 고기 따위를 엄청 챙겨 가지고 말이다
그땐 그런거 아니 보이고 밥해 놓으시라 하고 차 뺐어서는 계곡찾아 나섰지
마침 좋은 곳에서 시원하게 알탕하고 돌아 오니 행님들이 상을 펼쳐 놓으셨다
뭐 별스레 다른말이 필요없는 밤이었다
너무 좋은 밤이었다는 것만,
(태생이 촌사람들이라 사진기 들이대니 쪼네)
그리곤 아주 푹 잘 잤다는 기억~
0 산행 2일째
이날 24km쯤을 14시간 가량 걸었다 했나
▽ 아홉싸리재 ~ 백암산 ~ 소뿔산 ~ 거니고개
네시쯤 일어나 출발하자는 것이 늦어져 다섯시쯤에 출발이다
성님들은 조금 더 주무시라 하고, 두루성님은 이번에 컨디션이 아니 좋으신가 보다
어지간하모 다른산 하나 더 맛보고 가실 일인데 그냥 서울로 가셨다 한다
별 특색도 없는 산길이지만 그래도 1000고지가 넘는 길이다
다만 그 숲속을 쳐다보며 걸어도 그리도 좋을 줄이야
하얀나비들의 교미기간인지 많이도 날아 다니더라만 사진엔 아니 잡혔네
숲이 살아 있다
원츄리 지절인지 제법 긴 산길 동안 같이 동행해 준다
야생초 정다운 곳에 자리를 펴고 한잔 막걸리와 아침밥을 먹는다
시방 생각해도 여운이 남는 멋진 장소이다
마음 같으면 자리를 펴고 하룻밤 머물다 오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건데 이날 구간은 무슨 영문인지 산의 곳곳에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이 고장 사람들이야 오랜 숙원일게다만, 깊은 산 찾은 우리네 욕심엔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헌데 고개를 넘는 임도인 줄 알았는데 이건 아니다
구원파 같은 집단일까
왜 이 높은 곳까지 길을 만들어 산정에 무엇을 지으려 하는걸까
잠깐 사이 많이도 걸었네
저 산정 파헤쳐진 곳이 아까 그 포크레인 공사하던 곳이네
뒤쪽 능선은 한강기맥과 백두대간쯤 이리라
나아갈 곳을 바라보며 심도있는 연구를 한다
저 군사철탑 사면으로 임도가 나고 있지 않은가
저리로 뺑 돌아 버리자 하였다
일단 임도가 시작되는 곳에서 주저없이 길을 따른다
곰취군락도 보이고,
건데 우리 이거 땄었던가?
내가 못따게 해 안땄었지 싶다
무엇보다 이 길에 하늘매발톱이 많이 보인다
건데 야생일 터인데 꼭 원예종을 옮겨 심어 놓은 듯한 느낌이 계속 든다
원래 분홍색과 노랑꽃잎 저 모양은 원예종이지 않나?
나는 당연히 저 길따라 군사 철탑이 있는 산을 우회하리라 싶었다
건데 뚜버기 이르기로 그러면 너무 빼먹어 버린다나
흠.....
좌우 2km는 마루금 아닌가
하긴 나중에 산정에 올라 내려다 보니 너무 많이 빼 먹는것이 아니라 아예 홀라당 빼 먹어 버리더만
제법 억지로 마루금 찾아 올라가는 초입이다
생각보다는 길 잇기가 쉬웠다만,
철탑에 이르러,
저 임도로 따랐다면 어쩌면 마루금 잇기도 힘들었을 법 하다
설악산 방면,
딸들과 걸었던 백두대간의 추억이 새삼스럽다
내 조금이라도 젊었던 시절 그런 추억록이나 하나 남겨 놓았으니 너무 좋구나
또 다른 추억록 한권 반드시 만든다
제법 군인 막사도 있었던 듯 한데....
상시 주둔은 아닌 듯 했다만,
오후 두시쯤 소뿔산에 이르렀다
애초 행님들이 우리 무겁거나 필요없는 짐들은 남겨두고 가라시고, 그 짐들은 약조된 거니고개 어느 식당에 맡겨 두리라 하였다
그런 사연이 없었다면 이 정말 오르내리막 심한 마지막 춘천지맥길에 우리는 퍼졌거나 적어도 한밤중이 되어서야 날머리에 당도 하였을 게다
시방 생각해도 종 잡지 못하겠다
1076봉 지나 어드메인가 조망이 멋드러진 어느 암봉에서 남은 막걸리 한병 맛나게 비우고 길을 이었다
피곤도 했겠거니와,
길은 통상 우리가 아는대로 이어져 갔기로 의심없이 자연스레 진행했다
어느 순간 뚜버기 길을 확인하더니 윽수로 많이 벗어나 있다 한다
얼마나 많이 벗어 났던지 평소 같으면 되돌아가 길을 잇자 할 놈이 도저히 돌아갈 엄두가 안난다며 틀린 길이나마 그냥 계속 가보자 하더라
일부러 누군가 정비 하는냥 길은 좋다
아니나 다를까
나아가다 보니 일말의 산꾼 정비팀들도 만나고 제법 운치도 있는 곳도 지나고 하다보니 어딘지 가늠할 수 없는 고개만디와 만난다
보아하니 우리가 나아갈 마루금은 사진의 저쪽 산마루이다
우리가 빠진길은 시방 지도를 들여다 보니 홍천군 내촌면 괘석리 신흥동 이라는 곳이다
저나 나나 무슨 대책이 있겠나
이 오진 산마루에 히치할 차량이 있겠으며 도로를 따라 걸어가자니 서너시간도 더 걸리겠다
일단 서로 아무 말없이 신발끈이나 편하게 하자 하고 퍼져 앉아 신발끈 풀어 허리를 펴는 차제에,
어라?
차소리가 들린다
고개 들어 보니 그것도 1톤 트럭이다
사실 별 기대도 없이 손을 들었난데 우리를 한참이나 지나치더니 저만치서 멈춘다
오호 대한민국 만세로고~
어따~
그 길로 걸어 내려 갔으면 정말 대책이 없겠더만
게다가 이 시벌놈의 개시키는 한곳에 가만 앉아 있던지 개상이나 좋나 어띠키나 왔다리갔다리 하던지~
내 일생에 개시키한테 그렇게 아부 한 적도 없었고 차후로도 그렇지 않겠나
어느 순간 삼거리에서 기사가 내리더만 우리보고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사장님은 어디로 가시오?'
'나는 어데 다방을 찾아 커피라도 한잔 하려는 참이오~'
'호오~, 항차 그렇다면 우리는 거니고개로 가는 참인데 그곳에서 막걸리 한찬 대접 할테니 일단 그리로 가십시다'
하여 거니고개로 왔겠다
행님들이 우리 짐을 맡겨 두었다는 주막을 찾아 일단 막걸리 한되 부터 주문하다
이후 그 막걸리가 너되가 되었나
막걸리 잔이 비워 질수록 이야기가 이어지다보니 이 친구는 우리캉 갑장이고, 여하튼 따져보니 남도 아니더라
아따~
막걸리 너되 마시고 나니 이렇게 정다운 벗이 없네
술은 좋은 것이여~
애초 거니고개는 차량 통행이 많아 야영하기엔 어울리지 않다 한 바라
난데없이 만난 갑장 친구는 그렇게 말렸는데도 음주운전으로 거처로 돌아가는 듯 하고 우리는 무단횡단하야 산길을 이어간 바라
이 지점에 이르니 뚜버기 폰을 충전해둔 채로 왔다며 되돌아 간다
잘하는 정신이다
내일에서야 생각 났다면 제법 귀찮은 일이 아니겠는가
이후,
그렇게 길로 추정되는 곳으로 일단 치고 올랐다
아주 조금 진행하다 보니 내 생각엔 멋드러진 숙박지가 있다
들여다 보니 내부는 제법 깨끗하다
뚜버기 보고 여기서 유함이 어떻겠냐니 콧방귀를 날리며 지나친다
나 혼자였다면 십중십은 여기서 머물렀으리라
그예서 십분쯤 진행하니 이씨집 무덤이 있다
이번엔 뚜버기 의견도 묻지 않고 그냥 짐을 부러 하루 유하자 하였다
처음엔 시큰둥하더니 이후 저나나나 너무 좋아했더라
거니고개서 출발항 즈음 식수외에 샤워용으로 막골리 두통에 따로 챙겨온 물이 있었으므로......
너무나도 좋은 순간이었다
정다운 곳에 정답게 집을 지어 정답게 놀면서 정다운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전화하다
참으로 달고 깊게 편안히 잠 잔 밤이었다
셋째날,
늦어도 네시쯤에는 일어나 출발하자는 것이 늦잠을 자고 말았다
퍼뜩 일어나 주섬주섬 챙겨 출발함에 여섯시가 가깝더라
저쪽 산만디는 구름띠를 두르고 있었던 참이다
햐~
산중 삼일째인데 막걸리는 많으네
아침부터 일순배 하세~
뚜버기 거름 주러 간 이 순간, 정말 고요했다
홀로 정취에 취해 외로움과 그리움이 깊어진 순간이라
나는 나이가 들수록 옛 철학자들이 했던 말들의 의미가 와 닿는다
산은 그리움일까
외로움일까
그늘사초에게 물었난데 대답이 없다
내 소원은 나라산하 수목아래에 이 풀만 가득하길 빈다
깊은 산, 그 느낌이 전해오는 산~
나무와
나무들이
가만히 전해 주었다
정말이지 이 산은 깊고도 깊은 산이다
내 지리산에 미안하지만 그런 느낌 지리산엔 없다
조은산 친구를 만나 외로울까 옆에 친구 붙여주다
아따 시방보니 여섯이나 붙여부렸네요
원인을 알 수 없는데,
요즘 가끔씩 산에서 탈진 증세를 느낀다
이 무렵도 그랬다
전신에 힘이 쫙 빠져뿌더라
뚜버기 시키 보고 그냥 저리로 빠지자 했거등
오히려 멀데
건데 시방 오랜시간이 지나서 생각하니 그때 저리로 빠지는게 맞았어요
내 요즘 나타나는 탈진증세를 곰곰히 분석해 보니 밥을 적게 먹어서 그런상 싶어
탄수화물은 오해를 많이 받아
내가 여겨보니 조상들이 하신 말씀이 맞는 상 싶어
밥심, 즉 밥의 힘을 우리는 믿어야 돼
밤을 많이 묵읍시다
빠지니 마니 엉거주춤 하다가 더덕 한뿌리는 캐었네
나중에 서울에 가서 소주에 담가 묵으니 향이 죽이더만
진행하다가 도저히 걸을 힘이 없어 퍼져 앉아 있으니 뚜버기 도움 될련가 산딸기 따 먹여 준다
그래도 힘이 않나 먼저 가고 있으라 하고 혼자서 근방에 산딸기 다 따먹었네
정녕 그래도 힘이 않나 저혈당인가 싶어 믹스 커피도 날로 한 봉지 삼키고 그랬제
인제 산 다닐때 사탕 같은 군것질꺼리도 좀 가지고 다녀야 할까
힘없이 반 무의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갑자기 산중에 뭣이 희멀건한 물건이 움직이고 있는거라
퍼뜩 정신 차리고 보니 뚜버기 수낭을 나무에 걸어놓고 남은 물로 샤워를 하고 있데
나보고도 남은 물이 있으면 하래
그게 히치에 도움이 된다나
별 생각없이 수낭을 나무에 걸어놓고 하라는 대로 했제
제법 직이더만
어데 아지매들이나 지나치면 우리가 민망할까 그 양반들이 민망할까
홍천고개 반갑더라
그래도 저번보다는 훨씬 제정신으로 당도했다
건데 홍천고개는 지나는 차량 자체가 없어요
택시를 부르자니 십만원이 넘는 다는데 하릴없이 기다렸겠다
딱 삼십분 기다리니 저쪽에서 차소리가 들려요
뚜버기 무조건 잡아야 한데
지는 앞에서 막고 내는 5미터쯤 뒤에서 막고 일단 강제로(?) 세웠지
여차저차 뒷자리에 꾸개 넣어져 면소재지 두촌리라는 곳까지 갔어요
그곳에서 막걸리 한사발 하고 14:20분차 타고 홍천으로~
홍천에서 늦은 점심으로 맛도 없는 설렁탕인가 한사발 먹고 서울에 당도하니 18시 반이었나
터미널에서 기다리던 뚜버기 고치친구 오랫만에 반갑게 재회하다
닉넴이 까꿍이라 했나
그리고 대명 성님이 추천해 주셨다는 병장참치 집으로~
먹을 만 하더만
서울엔 참치문화가 참 발달해 있어요
서울이 진주보다 나은게 내가 아는 딱 한가지가 있다면 질도 좋으면서 참치값이 싸다는 거야
역으로 말하면 진주는 조또 맛도 없으면서 참치값은 오지기 비싸게 받는단 말씀이제
이후,
까꿍이 택시 태워 보내고 우리는 예매한 차 시간이 남아 노천 대포집에서 산에서 캔 더덕 담가 맛나게 소주 한잔 하였제
건데 그때 안주가 뭐였더라
내 기억 만큼이나 사진도 흐릿하구마
인제 또 영월지맥 이어 가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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