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랑 백두대간

딸내미랑 백두대간(제28차, 댓재~이기령~백봉령)

객꾼 2011. 10. 19. 11:19

일시 : 2011. 10. 14 ~ 10. 16(2박 3일)

    - 1일차 : 18:10 진주출발, 23:00  댓재 도착, 야영 1박

    - 2일차 : 05:40 기상,  06:20 댓재 산행시작, 10:02 두타산, 12:06 청옥산(중식), 13:53 고적대, 17:40 이기령 도착, 야영

    - 3일차 : 06:45  이기령 산행시작, 08:10 원방재, 11:46 백봉령 산행종료, 13:30 중식 후 헤어지다

 

지원조 : 호연님, 두루님

 

 

 

 

우리 때는 (그런일도 없었지만) 부모가 학교가지 말라거나 그러면 억수로 좋아했는데,

딸들을 겨우 꼬드겨 학원은 빼 먹고 출발할 수 있었다

대구에서 호연이 형을 태워 댓재에 이르니 11시가 못 되었다

 

댓재 휴게소 문이 열려 있기로 들어가 밥을 청하니 컵라면이나 하나 끊여 먹으란다

피차 아는 안면이라 편의를 많이 봐 주신다

호연성이 가져온 불로 막걸리 두어병 기울이다가, 댓재 산만디에 6인용 텐트를 치고 있으려니 곧 서울팀 당도한다

 

차량 적재함을 대충 뜯어내어 방으로 사용하니 그럭저럭하다

딸들은 그곳에 재우니 용도가 참 좋다

 

 

 

 

 

 

플래밍 선셋에 어른 넷이 둘러 앉아 막걸리잔 주고 받으니 딱 좋구나

아침 일찍 우리는 출발하기로 하고, 호연성과 두루성은 짐을 챙겨 이기령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부디 차량통행이 가능하기를....

 

 

 

 

 

 

텐트와 음식 따위의 무거운 짐은 지원조에 맡기고 출발에 즈음하니 6시 20분이다

해가 눈에 띄게 짧아져 아직 여명조차 없다

일기예보로는 오늘부터 추워지리라 하였는데 예상했던 상황보다는 덜 차다

 

 

 

 

 

참나무 잎은 다 떨어졌다

올해 나무잎은 단풍이 되어 떨어진 게 아니라 날이 가물어 말라 비틀어져 떨어졌다 한다

다만 당단풍나무와 싸리나무들이 가을이 깊어져 감을 알게 한다 

 

 

 

 

 

 

 

침낭 세개와 이동식들,

그리고 날이 추워진다 하여 아가들 옷을 많이도 챙겨 갔더만 많이 맡기고 왔음에도 짐은 한짐 이고나

 

 

 

 

 

7:40

934봉 명주목이쯤 바람 없는 곳에 앉아 아침밥을 먹는다

주변 싸리나무의 노란잎들이 제법 볼만했다

 

서울팀 작은딸은 며칠 후 시험이 있다하여 공부땜시로 이번차에 빠졌다

일주일 후,

뚜버기는 작은 딸만 데리고 이 길을 다시 걷기로 약조했단다

생각만 해도 아득하구나 

 

 

 

 

 

목통령쯤이련가

두타산에 네번째 오르는데, 오를적 마다 기상이 좋지 않아 멀리로 볼 수 없었다

이번은 재수가 좋은 경우이다

두타와 청옥 위로 푸른 하늘이 반갑더라

 

 

 

 

 

두타산정에 이르니 마침 10시다

어느 젊은 사람이 김밥을 너무 많이 가져 왔다며 한통을 건네기로 둘러앉아 맛있게들 먹었다

홀로 대간길을 걸으냐 물으니 그렇다 하더만, 나중에 보니 그냥 그곳에서 무릉계곡 방면으로 하산을 하더라

흔히 만나는 사람들과 같이 아마도 백두대간의 개념을 모르는 사람인 모양이다

 

 

 

 

 

 

 

둘은 제법 조잘거리며 걷고

 

 

 

 

 

 

 

 

친구 혜지가 오지 않아 희라는 외로이 걷는다

 

 

 

 

 

 

청옥산 오름길은 제법 사람을 돌린다

겨울날 눈이 많은 지역이라 그 시절에 오면 저 울타리(?) 위로 눈이 쌓여 있곤 한다

 

 

 

 

 

한시쯤 청옥산에 이르렀다

먼저 온 두 사람이 밥을 먹고 있고, 우리도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다

청옥산에는 샘터도 있으나 우리는 물이 모자라지 않아 가 보지는 않았다

 

 

 

 

 

 

고적대다

청옥에서 고적대까지는 1시간 40분이 소요되리라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

그 급비탈 오르막을 은근히 걱정했다

 

 

 

 

 

 

이놈들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뚜버기는 아예 따라잡지도 못하고, 나도 겨우 뒤에 붙어 간간히 멈춰서기를 부탁하며 사진이나 한장씩 찍을 수 있었다

오히려 이런길이 쉽단다

 

 

 

 

 

 

제일 걱정한 구간을 다른 걱정을 할만큼 잽싸게들 올라 가더라 

이 딸들은 정말 미스테리야

 

 

 

 

 

 

고적대에 이르니 제법 단풍든 풍경이 있다

강원도 정선군이 우리나라에서 오지인데, 그 중 이 우측골이 오지중에 오지에 속하리다 

 

 

 

 

 

 

 

 

지나온 청옥산과 두타산 능선

 

 

 

 

 

 

 

청옥산에서 50여분만에 고적대에 이르렀다

겨울날 눈이 쌓여 저 꼭대기가 송곳처럼 뾰족했던 광경이 생각나는구나

 

 

 

국태민안 후,

길이 헷갈리는 곳이 없는 곳이므로 아빠들은 막걸리 한잔 마시고 따라가리라 하며 딸들을 먼저 보냈다

그런데....

 

이때쯤 혹은 부부이거나 그렇지 않아 보이거나 하는 중년의 남녀가 있었다

그들이 약간 앞서고 딸들이 뒤따라 내려 갔는데, 이 밑 20여m 쯤에 기맥길도 아니고 여하튼 이상한 샛길이 하나 있다

애당초 그런 길이 있다는걸 알았으면 주의를 주었을 터인데, 정말 예상도 못한 샛길이다

 

그 중년의 남자가 샛길을 가리키며 아가들 보고 그러더란다

'백두대간길은 이 길이지 않나?'

딸들은 아무 의심도 없이 그리로 접어 들었고, 우리는 아무런 걱정없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막걸리를 다 마시고 나부터 서둘렀다

그런데 조금 내려가니 왼쪽으로 표지기가 붙어있는 희미한 길이 있다

딸들이 설마 저리로 갔겠나 하고 있는데 마침 아래쪽에서 희라의 부르는 목소리가 있다

결과적으로 착각이었다

바로 아래에서 들리는 목소리였는데 사실 그것은 샛길쪽 왼쪽 아래에서 들린 것이었다

 

따라 간다며 계속 가고 있으라 하고 고함을 치고서 급히 내려갔다

나중에 보니 1.5km쯤 내뺐더라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급한 마음에 그 큰 배낭을 지고 거의 뛰다시피 내달렸다

 

두 모퉁이를 돌고나니 내 부르는 소리에 누군가 저쪽에서 맞고함을 친다

'아저씨~~~아이들 아까 그 산에서 왼쪽으로 갔어요~'

하늘이 노랬다

내 장담하건데 그 인간이 그때 내 눈앞에 있었다면 틀림없이 들어서 던져 버렸을 터이다

다만 그때는 그 인간이 아가들 보고 그리로 가라고 시킨것까지는 몰랐고, 사회적 책임, 즉 산꾼으로서 아가들을 제대로 인도해 주지 않았다는 것 하나로 말이다

 

<되돌아 오고 있는 딸들...희인이 약간 미심쩍어 표지기 하나 달고 나아갔다>

 

 

 

 

그 자리에 배낭을 던지듯 풀어 놓고 정신없이 뒤를 향해 달렸다

아차차...핸드폰!!

다시 되돌아와 핸드폰을 챙겨 심장이 튀어나올 지경으로, 철인3종 경기때도 내 그렇게 열심히 달린적 없었다

1km 넘게 달려가니 뚜버기 배낭이 길가에 뒹굴고 있다

나는 이런 사정이었고....,

 

뚜버기 뒤따라 오다가 아가들이 어차피 앞에 갔다면 내가 따라 잡을터이고, 아무래도 그 샛길이 미심쩍어 배낭을 내던지고 되돌아 갔단다

그 샛길로 자기는 세번쯤 갔다가 길이 없어서 되돌아 왔단다

나중에 아가들이 그쪽으로 갔다는 걸 알고나서 보니 도대체 그 바위들을 어떻게 넘어 갔는지 상상이 어렵더란다

 

여하튼 자신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메고 있는데 마침 희라의 전화, '여보세요'하는 말만 있고 전화가 끊어지더란다

저리로 갔구나 예상하고 정신없이 달렸단다

희라가 전화를 건 것은 이번 일에 첫번째 공신이요

가다가 보니, 오호 희인이가 표지기를 하나 달아 두었더란다

두번째 잘한 일이다

 

여차저차 후, 뚜버기 딸들을 조우하야 되돌아 오다

나도 비로소 그 사실을 달리던 중에 통보받고 한숨은 돌렸다

허나 가던 걸음은 도저히 멈출 수 없어 그 샛길로 접어들어 조금 진행하니 마침내 딸들과 40여분만에 조우할 수 있었다

 

그 중년의 남녀,

자기가 그렇게 길을 인도 하였으면 진행하다가 만난 수많은 백두대간 표지기들을 보고 되돌아 와서 아가들을 돌려 세우거나,

최소한 고함을 쳐서라도 우리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했다

내 아가들 부르는 소리에 대답하지 않고 계속 가다가 마침내 나에게 걸음을 잡힐 거 같으니 그때서야 알려 준 것이리라

그날밤 쏟아진 폭우까지 감안하지 않더라도 정말 생각만으로도 소름 끼치는 일이 있을 수 있었다

오래 살까보아 욕도 안할란다

 

<되돌아 오는 중...저 나뭇군표지기로 인하여 아가들이 더 헷갈렸지 싶다><되돌아 오는 중...▽

 

 

 

나중에 만나서 물어보니,

우리 똑똑한 희라가 언니들을 보고 자꾸만 백두대간길이 아닌 듯 하다 하였다 한다

희인은 희라를 보고 평상시 생각하기로, '쓸데없는 걱정을 많이하는 아이'로 여긴다

 

그러면서 계속 나아갔는데 희라가 아무래도 아닌 듯 하다며 숱제 울면서 따라 갔단다

희인이도 희라가 우는 지경에 이르고서야 자기도 조금씩 의심이 들기 시작했는데...

혜인이 저놈,

'100% 이 길이 맞다' 하면서 없는 길도 잘 찾으며 쑥쑥 앞으로 내빼더란다

 

마침내 희라가 아빠들에게 전화하기 시작했고, 되돌아 오게 된 사연이었다

그리고,

되돌아간 뚜버기의 판단은 백두대간 시작하고 나서 제일 잘한 일이었다

 

<비로소 대간길로 접어 들었다>

 

 

 

 

 

휴~

이제부터는 아가들 먼저 보내고 막걸리 마시고 앉았지 말자

나는 저 앞에 보이는 산도 훨씬 지나서까지 아가들 찾아 달렸구나

 

 

 

 

 

 

 

산으로 다니면서,

그렇게 땀범벅이 된 아빠 얼굴도 처음 보았을 것이다

 

 

 

 

 

 

 

갈미봉정,

노란색 이파리는 자작나무인가

 

 

 

 

 

 

 

 

산행 시작한지 11시간이 넘어 가는구나

 

 

 

 

 

 

 

 

이 나무는...

생각이 날동말동 하는구나

 

 

 

 

 

 

 

 

단풍나무 아래로풍나무 아래로▽

 

 

 

 

 

 

 

 

단풍 무리지어 있다

 

 

 

 

 

 

17:37

임도를 만날 즈음,

 

 

 

 

 

 

 

17:42

임도를 따라 이기령으로 나아가다

 

 

 

형님들이 텐트를 지고 올라 설치하고, 밥도 해 두었다

별 수를 쓰 볼래도 관리하는 사람을 조차 찾을 수 없고, 시건장치도 산에서 본것 중 가장 강하게 해 두었더라 한다

딸들은 윗길로 가 세면을 하고, 우리는 원방재쪽으로 한참을 가 계곡을 찾아 알탕하다

마치고 텐트로 돌아 오는데 빗방울이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후 바람까지 가세해 비가 내린다

플라밍 선셋은 비가 오면 쥐약이에요

제법 새벽까지 빗소리 들리더라

 

 

 

 

 

 

 

아침밥을 먹고 출발하다

출발 6시 50분쯤,

 

 

 

 

 

 

 

ㅋㅋ..

추운 이른 아침에 참말로 걷기 싫을게다

 

 

 

 

 

 

 

7:44

비로소 산너머로 햇살 터진다

 

 

 

 

 

 

 

 

상월산은 임도를 따라 우회하다

원방재까지 1시간 10분쯤

 

 

 

 

 

 

저 뾰족한 산은 궤병산이라 했지 아마

이기령에서 저 고랭지 채소밭을 지나는 아주 좋은 하산길이 있단다

길이 얼마나 좋았으면 나중에 두 형님의 칭찬이 끊이지 않더라

 

 

 

 

 

 

 

 

8:10, 원방재

 

 

 

 

 

 

 

 

원방재에서 백봉령까지는 그리 험하지 않은 오르내림이 몇번이고 반복되는 길이다

 

 

 

 

이 구간에서 참으로 매너없는 사람들의 흔적을 보며 지나가야 했다

걸으면서 생기는 쓰레기는 그대로 버리는 모양이라

음료수병이며, 물병이며, 빵봉지며, 심지어는 라면 끊여먹고 그 봉지도 그대로 버려 놓았다

 

약 7,8명의 소위 산을 걷는다는 사람들 이었는데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부끄러웠다

쓰레기를 버리면 주변 일행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다

하긴 그 사람들이 다 그리하니 쓰레기가 그리 많은게지

 

우리 카페에 들어와서 이 산행기도 본다는데, 제발 다음부터는 좀 그러지 맙시다요

 

 

 

 

 

 

 

 

11시 50분 백봉령에 도착하다

 

 

 

 

 

 

 

형님들이 점심밥도 해 놓으셨다

이렇게 든든한 지원조가 있으니 정말로 편하데

 

 

 

 

 

 

 

12:41

참가한 선수들 기념 촬영하고,

 

 

 

 

 

 

 

아가들은 차에서 잠깐 쉬고 있으라 하고,

 

 

 

 

 

 

 

오랫만에 백봉령 포장마차 휴게소로 가서리

아주 맛난 동동주 한병쯤을 더 비우고...

 

 

 

 

 

 

13:33

작별의 정을 나누다

성치않은 무르팍으로 그 무거운 짐 옮겨주신 두분께 진정으로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