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10대팀 오랫만에 발 맞췄다
서울팀들을 솔바구 산장 마당에서 만나 처음보는 사람들은 일단 올라가서 인사하자며 발길을 서둘렀다
이번에 보니 거림탐방소 입구에 감시카메라가 버젓이 작동중이더만
그 시간에 누가 보고는 있겠냐만 무대포 정신은 투철하다
지난번 통샘이랑 술이랑 식량 따위 데포하러 올랐다가 내려온 시각이 16시 40분쯤이라, 우리는 당연이 직원들 없겠지 여기면서도, 혹시나 계곡으로 길이 있는가 확인이나 하자며 계곡치기한게 다행이었다
솔바구 산장 마당으로 올라 없을줄 알면서도 확인이나 하자며 가 보니 젊은 직원이 떠억 앉아 있더만
그리하여 다시 거림옛길로 접어 들었다
옛길은 생각보다 거리가 짧다
이 가까운길 놔두고 뭐하러 뱅 돌아가는 먼길을 만들었을까
서울팀 여성 두분은 정말 대단하심
어제 용천지맥 걷고, 집으로 가 짐만 챙겨 밤 12시에 출발했단다
내려 오면서 차에서 조금 눈 붙인게 그나마 수면이었단다
시간 널널하니 푹 쉬었다
내친김에 밥까지 해 먹고 출발이다
통샘은 무슨 이야기로 저리 진지하신고?
통샘은 내가 이제껏 만나본 사람중에 인품이 제일 좋은 분에 속한다
이십여년 인연이니 오래도 되었구나
낙남정맥길 헬기장에서 내리 붙었다
이 팀은 산행하면서 이런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일명 쌈장이라는 나하고 갑장인 친구가 걸음이 아주 느리다
자주 그 친구 기다려 꼬리를 이어주고 가야한다
그러다가 알바도 하고 데리러 내려 가기도 하고 그런다
어째 하는짓이 누구랑 좀 닮았다^^
15시경 도착 했던가?
저번주 데포해둔 물건들이 그 굴안에 그대로 있다
피트병 안에 넣어두지 않았다면 십중팔구 까마귀란 놈이 쌀에 해꼬지를 했을 터이다
옥천샘물은 우리가 사용하기에 충분한 양이고 그런대로 깨끗하다
쉘타안에 들어갈 수 있을때까지 들어가 앉고 두엇은 밖에다 상을 차렸다
날이 그렇게 차겁지 않아 밖에서 시간을 보내도 전혀 지장이 없는 날이었다
그런데,
통상 단톡방에다가 '이제 생선 맛있게 구워 먹는법 다 마스터 했다' 이렇게 올리면 자기가 생선 가지고 온다는 말이지 않은가
쌈장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한마리도 가져 오지 않았단다
터득 했다는 말과 가져온다는 말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데, 틀린말도 아니라 별 항변도 못하겠다
몇은 텐트안으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본격적으로 쉘터안에 마주 앉았는데 그날 석양은 이런 장면이었나 보다
다음날 아침 어제 어떻게 잤냐고 묻더라만 저 모르면 당근 나도 모르지
통샘은 술을 입에도 대지 않으니 밤새 연구를 많이 하신 모양이다
낙남길 따라 가다가 이번에는 자빠진골로 제대로 하산하자는 계획이었는데 아침에 넌지시 이르신다
청학연못 지나 촛대 남릉으로 하산하면 어떻겠냐 한다
마침 청학연못 제대로 본 사람은 형밖에 없었기로 그런 좋은 생각을 왜 못했을꼬 무릎을 쳤다
이 사진 보면 누구랑 좀 닮은듯도 하지요^^
제법 출발을 서둘렀는데도 그예 10시가 가까웁다
어제보다는 하늘이 맑았구나
낙남을 따르다가 대략 청학연못이다 싶은 쪽으로 째고 진행하기로 했다
객꾼은 간다고 간게 산장으로 가 버릴수도 있으니 각별히 신경을 쓰야했다
가다가 뒤돌아보니 다들 창불대로 들어간 모양이다
기다릴 자리로는 오히려 이곳이 더 좋다
절벽으로 고개를 내밀고 내려다 보니, 전람회길은 대충 저리로 걸으면 되겠다싶다
아주 한참이나 사진 찍는다고 분주하더만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아래로 한번 내려가 보고 싶었다
건디 어느님이 먼저 가셨더군
지난번 답사때 짐도 가벼우니 한번 가볼까 싶었는데 눈과 얼음이 걱정되어 간길로 도로 나왔었다
어처구니 없는 생각일지 모르지만 나는 찾지못한 금강대가 혹시 이쪽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상봉이 보이니 신기하더만
대략 이쯤에서 시루봉을 보고 진행이다
대충 가니 나오더만
하도 사람들이 지난 흔적이 많아 오히려 그 점이 헷갈릴까
그예서 남은 병들을 정리했다
그 후 죽을뻔한 일이 이와 크게 무관치 않으리라
지나는 길에 동굴에도 들러 보았다
대충 둘러보니 잠자기도 애매 하던데 우째 이 부근에서 두번이나 야영했을꼬
어느 스님이 죽는것도 인연이 있어야 죽는단다
이쪽으로 뭐하러 내려 갔을꼬
아주 택도 없는 곳으로 내려 갔다가 정말 죽을뻔 했다
밤에 누워 있으면 그 장면이 계속 떠오른다
아예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렇게 바위에서는 뒷걸음 보법으로 진행하라고 남들에게는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정말 튕겨나가 저 멀리로 떨어져 하직할 뻔 했다
내 인생에 죽을뻔한 일이 세번 있었다면,
오토바이 타다 몸이 여덟조각 났던 그때랑, 요동치던 제주바다로 뛰어 들었던 때랑, 이날 이곳에서의 일이었을 게다
한의원에 침 맞으러 다니면서도 걱정할까 보아 가족들한테는 아무말도 안했다
이 길 수십번 지나지 않았나
귀신이 쒸었는갑다
그 절벽으로 뭐하러 내려 갔을꼬?
촛대 남릉도 몇번인가 지난 길이더만
호박이가 몇년전 둘이서도 내려온 적이 있다하네
건데 그 길이 무신그리 경사가 가파르며, 산죽이 많으며, 길디길까
번갈아 가며 몇번씩 엉덩방아를 찧어야 했다
다들 내려와 물으니 화가 스슬 날 지경이었다 하더만
내려오다가 당근 1시간 정도 길잃어 산죽밭 헤메이는 경험을 선사하기도 했다
솔바구 산장에 그렇게 주차를 많이 했었어도 말 들은적은 처음이었네
우리가 집 뒤안쪽에서 내려 오는걸 보고 사장님이 따지러 오셨더만
다행히 저녁밥을 예약해 두었기에 망정이지~
그날도 공단직원은 정확히 다섯시를 이십여분 넘기고서야 철수 했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