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금서면에 이르니 비바람이 예사가 아니다
위성사진으로 확인한바 14시쯤이면 구름이 물러가는 듯 하다
민가집에 이르니 예상한 바와 별로 다르지 않게 아직도 배낭을 꾸리고 있는 중이다
그 점은 우째그리 이교수님이랑 닮았냐하니 민가가 자기보다 조금 더 심한거 같단다
배낭이 35리터나 될란가
그곳에 들어가봐야 얼마나 들어 가겠는가
침낭과 배낭을 못 달아메 아예 용을 쓰고있다
차에서 자전거 튜브 하나 잘라와 간단하게 묶어 주었다
금서면소재지로 이동하여 비가 14시에 그친다하니 일단 느긋하게 반주 겻들여 점심이나 먹고 있자고 하였다
마침 안심하고 운전대 맡길 수 있는 대리기사도 일행중에 있어 더 한가한 시간이었다
밥을 다 먹어도 비는 계속이다
민가는 11년만에 산행하는 주제에 밤머리재로 올라 능선을 치잔다
그거 그렇게 우습지 않다며 어천고개로 가 임도따라 오르기로 했다
밖으로는 아예 눈보라로 바뀌었다
그칠때까지 차에서 대기하기로 한다
민가랑은 뒷자리에 마주 앉아 당연히 막걸리 한병 비웠다
이거 이러다가 오늘 고개만디에 집 짓는거 아닌지는 모르겠다고 걱정되던 순간이었다
15시에 가까우니 다행히 눈보라가 그치고 신기할 정도로 바람마져 잠잠해진다
민가 배낭 패킹장면이 가관이다
그때 11년 12월초에 저 배낭에 역시나 주렁주렁 달고 도장골 올랐던 이후 첫 산행이지 않냐하니,
5년전 도솔봉에 정상석 확인하러 올랐었지 않나 한다
아 그렇구나
11년 동안에 등산 두번밖에 안하니 외우기는 쉽겠다
참고로 백두대간 도솔봉 정상석 54.2kg 짜리는 2004년 2월말에 민가랑 2박 3일 동안 지고올라 세웠다
저 여인이 좀 낯익지 않나
지난번 심마니님과 벽소령 지날때 띠갑장 이야기가 나와, 그 아이도 역시 띠갑장이라는 소리 나온김에 어찌 사는지 궁금하다며 전하해 보시란다
전화가 통하니 처음부터 산가고 싶다는 투정이다
내가 잘 쓰는 말이, 가모되지 가시나야이다
2년간 도통 산행을 하지 않아 근력이 다 풀어져 자신이 없단다
그냥 지리산 내음세 맡을 수 있는곳으로 가자기로 조개골 가자고 약조한 바인데 진행하다 보니 웅석봉으로 바뀌었다
바로 이 아이다
지리99에서 슬이만큼 사연많은 사람도 없을터이다
요즘은 뜸하지만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산에서 슬이이야기 나오지 않는 날이 없었다
우리가 근 10년만에 만났는 모양인데, 내가 이번에 작심하고 다 물어 보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대부분은 다 지어낸 이야기인듯 하다
나도 거짓말인지 참말인지 구분하는 정도는 된다
왜 이야기를 지어냈는지 건 지어낸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될게다
도장골 오르다가 무우 깍아먹고 있는자가 민가다
그때 사진 찾느라 당시로 들어가 보니 그날 너무좋은 장면들이 많기로 몇개 불러왔다
서산 일몰이다
청학동굴에서 잤던긴데 다음날 세석평전이 장관이더만
촛대봉, 제석봉, 상봉이 한 장면에서 잡히는 곳도 별로 없지 싶다
다시 웅석봉으로 돌아오자
통상 상추를 가져올 작정이면 다듬어서 씻어와야 하지 않나
밭에서 뺀체로 그것도 배낭에 달고 왔다
손 쓰린데 상추 다듬느라 욕봤다
웅석봉 샘은 사용 후 깨끗하게 청소해 놓았으니 안심하고 마시세요
바람을 걱정했는데 다행히 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공동쉘타에 텐트 3동 치기에 딱 알맞다
곽교수가 마지막에 포기한게 차라리 잘된일이라고 말도 안되는 이유를 끌어다 붙이기까지 했다
이교수님은 자연과학 전공이 어울리지 않게 음악에 제법 조예가 있으시다
그리고 민가도 말했지만, 어디 고등학교나 나온줄 알았더만 슬이가 참 똑똑하더라
부산에 있는 명문대를 두곳이나 나왔더만
2년 동안 제테크 재미에 빠져 살았단다
듣기로는 돈을 참 많이 모았던데 나도 그놈 시키는 대로 뭐 하나 따라할 생각도 있다
술을 제법 남겨놓고 그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더라
고맙구로~^^
혼술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거참 기이한 발견이었네
내 장비 대부분은 남한테 얻은거더라
텐트, 단열판은 뽀때님, 침낭은 조은산님, 침낭카바는 진주아제님, 코펠, 상의 셔츠, 우모복 바지, 조끼 우모복은 호박이, 밥상용깔개는 청호님, 바지는 귀농님, 우모복 상의는 이교수님...., 술마시며 둘러보니 옳은 내것 찾기가 힘들더만
아! 빵모자는 내가 샀다^^
나중에 슬이한테 그 이야기를 하니 어쩐지 객꾼님 답지않게 좋은 바지를 입고있더라 카네
정말 꿀잠을 자고 있는데 04시 45분에 누가 쉘타 문을 열더니, 옥아 밥하자~카네
노인짓은 자기 혼자하면 될것을, 내가 더 잔다니 자기 텐트로 돌아 가더만 코까지 고네
한번 깬 잠이 다시 오나
그 전날 저녁에 곽박사에게서 이런 문자가 왔더라
'그 헬기장 가시모, H자 왼쪽 밤머리재쪽 두번째 돌맹이 밑에 재작년 묻어둔 소주와 아이리쉬 위스키 25년산 한병씩 있음. 발굴해서 드삼^^'
2년전에 같이 왔을적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같고, 야~ 역시 교수라 기억력은 비상하구나~ 이렇게 생각했지
밥과 국 불에 올려놓고 민가 깨워서 갔지
순진하게 두번째 벽돌위에 쌓인 눈을 발로 치우고 있을때에야 속았구나 싶데
돌아오니 쉘타안이 난리가 놨더만
불조정을 해놓고 갔어야는데
이교수님 보고 압력밥솥 가져 오랬는데 자기는 철석같이 믿고 가져온게 그냥 코펠이더만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라
예전에 코펠밥의 대가였는디, 일본 산꾼들도 먹어보고 탄성을 부를 정도 였는지라 나머지 두사람 기어나올때까지 밥하고 있었네
기념사진이나 한장 찍고 가자까지는 좋았는데 초점이 나뭇가지에 잡혔는 모양이다
이래 놓고보니 또 나름 볼만하다고 자위하며~
민가 등판에는 상추봉다리 대신 또 다른 봉다리 하나 달렸고나
하산길에 평촌 점빵에 들러 파전 구워 막걸리 한잔 참으로 맛나게 마셨구나
슬이가 운전대 잡아 학교에 이교수님 내려 드리고,
우리집에 차 파킹해 두고 남강다리를 걸어지나 터미널에 이르니,
슬이가 요즘 돈을 많이 벌었다더니 간짜장에 빼갈을 두병이나 사준다
한반씩 산에 가게 근력 단디 키우라 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