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일출봉에 유하다 그리고 미역 따다

객꾼 2022. 4. 18. 16:26

산으로 성님은 일출봉 가는데 여섯시에 만나자신다

뭐그리 빨리 만납니까 하니 밥도 먹어야 되고, 그들 출근하기 전에 들어가 버리잔다

칠정삼거리에 있는 선지국밥집은 영업을 빨리도 시작한다

그 집은 진주 문산인가에 있었는데, 할매가 소문도 없이 그쪽으로 옮겼는데 단골들이 어찌 알고 그곳까지 찾아 오더란다

 

하도 빨리 도착해 중산리가 한산하다

예서 한숨 돌리고 있을 즈음에도 8시도 아니 되었더라

낮은 곳으로는 이제 마악 나무에 움이 트기 시작한다

 

 

 

새벽에 비가 왔나

이 소가 어찌나 맑은지, 산으로 성님 아예 그리로 가 물까지 마시고 오신다

 

 

자빠진골은 왜 이름이 그럴까

저 나무가 자빠진골 문패 같구나

당초 이리로 갈 예정이었는데 오르는 도중에 세번인가 코스가 바뀌었다

홈바위교로 치자

통신골 삼거리서 치자

그러다가 산에서 잔대가리 굴리다가 오히려 힘만 듭디다 그냥 애초 계획대로 오릅시다 되었다

 

 

이리로 오르기로 한 이유중에 하나가 제법 윗쪽까지 계곡에 물이 흐르더라는 것이었다

가능한 끝까지 가서 그곳에서 밥을 해먹고 물을 길러 가자는 의도였다

 

 

계곡이 거진 끝나는 지점에 멈추었다

자빠진골은 길도 없더라

그냥 감으로 쳐 올랐다

 

 

점심을 먹은 곳에서 물을 길러 출발이다

일출봉은 그 지점에서 우측에 있는데 선답자는 좌측으로 올라 능선을 잡아 오르는 길을 안내한다

형님이 그냥 오른쪽으로 칠까 카시길레 선답자가 이런것은 이유가 있을 겝니다

고개를 빼 위쪽을 보니 능선이 보이기는 보인다

 

 

아따 자빠진골에서 빠져 왼쪽 사면이 진짜 자빠진골 같더만

어찌나 경사가 심한지, 산으로 성님은 이날 유독 힘들어 하신다

드러누울 만한 곳만 만나면 벌러덩이시다

 

 

점심 먹은 곳에서 고도 300을 쳐 오르니 겨우 능선길을 만난다

능선 만난 김에 30여분 넘게 드러 누웠다

형님은 아예 코까지 곯며 주무신다

나는 간밤에 두시간도 못잤는데 잠이 안오더만

 

능선길을 만나니 길은 거저 먹기다

일단 일출봉으로 올라 집지을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첫봉에 오르니 눈앞에 산장이 보인다

일부러 보려고 했다면 우리 몇번을 봤을만치 간도크게 이리저리 돌아 다녔다

 

 

그러고보니 일출봉에 참 오랫만에 서 본다

5년도 훨씬 지났지 싶다

 

 

 

뷰가 제법이네

 

 

언제적인지는 모르겠는데 아주 오래전에 진주아제랑 고운동이랑 집을 지은곳이 정말 멋드러진 곳이었다

배낭을 두고 일출봉 주변을 샅샅이 뒤졌는데 결국 못 찾았다

길치가 맞다

 

 

 

뷰가 좋아서~

 

 

일출봉에 이런곳이 있었었나 싶다

그때 우리가 집을 지었던 곳에서 산장이 바로 보였는데, 이 근방인가 싶어 아무리 뒤져도 자리가 없다

그 이후 빗물에 흙이 다 쓸려갔나 여기고 말았다

 

일대에서 그나마 제일 낫다고 합의한 곳이다

동서로 조망이 제법 트인 곳이더라

지난주에 쉘타 바람에 넘어지고도 잘만 했기로 이번에는 침낭커버만 가지고 왔다

잠자리 마련하는데 1분도 안걸리고 좋더만

 

 

둘이 가져온 음식이라고는 락엔락에 밥 두어그릇, 씨레기국 한냄비, 그리고 볼락 세마리에 돼지곱창 세줄이 전부다

술도 나는 소주 한병, 형님은 소주 석잔 가져 오셨더라

내가 잔을 세어 봤는데 석잔 마시니 다 떨어졌다더만

그런 경험 많은데 술이 적으면 오히려 남더라

 

 

산으로 성님 집 안으로 들어가시고 코까지 곯며 자는 동안에도 나는 오랫동안 바깥에 앉아 남은 소주 홀짝거렸다

반야봉쪽으로 은근히 일몰을 기대 했건만, 그쪽으로는 온통 가스에 비를 섞은 바람마져 불어 제친다

그날밤 바람이 장난 아니었다

자다가 일어나 쉬야를 하며 보니 형님 텐트 날아갈까 걱정될 지경이었다

볼일을 마치고 돌아서니 내 집이 없어졌다

어라?

아주 다행이게도 배낭 기대둔 바위에 날려 쳐박혀 있다

까딱 했으마 장좌불와로 밤을 보낼뻔 했다

 

몇년전에 아제님이 이걸 주시며 하시는 말씀이 물에 뜨도 안으로 새지 않는다 한다

그날밤 잠잘 무렵 하늘이 꾸무리해지는 것이 영판 비 한판 내릴 태세였다

안으로 감출 품목을 챙겨보니, 폰, 밧데리, 등불이다

물에 둥둥떠도 안으로 새어들지 않는다 하였으니 비라도 한판 내렸으면 싶다

아차차~

등산화를 커버 밑으로 감춰 발을 올리고 자니 금삼첨화로다

 

 

올라오기 전에 처남이 물때에 맞춰 미역따고 멸치 잡으러 오란다

산약속은 잡혔고, 두개다 하면 되겠다 싶다

애초 계획은 04시에 깨어 대충 아침밥을 해결하고 산장앞으로 돌아 내려 오려했다

2시에 깜빡 든 잠이 깨어보니 5시 10분이다

오한을 떨치고 일어나 침낭커버 채로 배낭에 쑤셔 넣으니 짐 꾸리는데도 1분도 안걸린다

 

 

원정산행 방식대로 잠자기 전에 필요없는 것은 모조리 주머니에 넣어두라 했다

밥그릇까지도 챙겨 넣어두라 일렀다

행님을 깨워 얼른 아침밥을 먹고 나니 일출이 시작되고 있더라

 

 

행님 짐 꾸리는 동안 아주 한가하게 일출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 다음 아예 알몸이 되어 옷을 갈아입고 있으려니 춥지 않냐며 형님이 놀라신다

내가 예상한 시간, 6시 20분에 정확히 출발이 되니 신기하기까지 하다

 

 

통신골 삼거리를 목표로 하산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륙스도 보고 그랬는데 이거 너무 귀찮다

마침 천왕봉이 눈앞에 보이고 통신골도 확연하니 좌표삼아 그냥 째기로 했다

 

 

이 길은 아주 예전에 한번 째고 올라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산죽이 제법 많았던 기억이다

건데 다 죽었다

정말 너무 좋아졌더라

그 사이로 이런저런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던데, 이제 이 일대는 산죽에서 해방된게 확실하다

 

 

목표 지점보다 약간 위쪽에서 등산로를 만났다

출발지에서 1시간 약간 넘게 걸렸다

나오는 지점에 얼레지가 우리를 일부러 반기는 듯 하다

건데 얼레지를 산으로 성님은 바람꽃이라고도 한다는데 금시초문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유암폭포 사진을 몇장이나 찍었을까^^

 

 

지리산정에서 잔다는 놈이 11시도 훨씬 못되어 나타나니 처남 눈이 동그래진다

어느 바다장어집에 데리고 가더니 푸짐하게 한상 차려 주는것은 뭔가 꿍꿍이가 있다

아따 오늘 일 좀 해야 되는구나 싶다

 

 

일단 멸치부터 잡고~

죽방렴의 좋은점은 멸치만 통안에 드는 것이 아니라 각종 횟감들도 같이 든다는 것이다

이날도 갑오징어랑 감성돔, 쭈꾸미 따위가 제법 들었더라

 

 

이제 미역따기다

사돈지간에 저렇게 친하게 지내기도 힘든데, 형은 올해 환갑으로 우리 셋 중에 제일 영감이다

건데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젊은 두놈은 배만 잡아주고 노인네가 일 다한다

 

 

참 원없이 미역 땃다

이 바다는 물살을 이용하여 이순신 장군이 왜놈들 깨 부순 곳이다

미역이 정말 상품이다

양이 너무 적어서 소문날 새가 없어서 그렇지 말이다

 

 

동네 할매들 다 모였구나

나중에 들으니 05시부터 헤드렌턴 끼고 일 시작하시더란다

참 생활력들이 강해요

 

 

 

이전부터 이 부둣가에서 한밤 자 볼 생각이었다

회 맛나게 먹고 막걸리 한사발 가득 마시고 바다 즐길 시간도 없이 곯아 떨어졌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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