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는 설악으로 올라 뒷계곡을 며칠간 헤매려 6일 하루 휴가까지 내어 4박 5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악은 경방이 중순쯤에 풀린단다
지리와 달리 설악은 경방기간에는 1,200m 이상은 다 통제 해버린다
도대체 그 대피소를 피하자면 야간에 이동해야 된다
안그러면 관리소가 없는 코스를 골라 원점회귀를 해야는데, 설악이 어디 가는것도 아니니 다음으로 미루자 되었다
산으로님, 통나무님 두분과 설악산행이 약조되어 있었던지라,
그냥 장소는 지리산으로 바꿔 통신골로 올라 남릉 그 쯤에서 자고오자 되었다
일곱시도 아니되어 칠정삼거리 국밥집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올랐다
몇번째 찍는 유암폭포 일까^^
오르다가 수달레가 보이기로 일부러 기어올라 찍었는데 정작 주인공이 빠졌군
이 계절의 신록은 너무 싱그럽다
하지만 나는 산의 늦가을 무렵을 좋아한다
낙엽이 온통 져 버리고 바람에 사그락거리며 날리고 있는 그 지절 말이다
통나무 행님은 어디 작은 통신골 오르고 싶은 모양이다
저쪽으로는 언제 가셨누
부럽게도 최근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캐나다 어디 몇군데 돌았단다
제발 내년에는 미국 항공료가 제대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지난 2004년 이후 이 즈음 통신골 산행은 연례행사가 되었다
무슨 꽃인지도 모르고 찍어올린 사진이 내륙에서, 그것도 지리산에서 처음 발견 되었다나
예를들어 야생화 단체에서 발견했으면 신문이라도 날 일인데 조용히 넘어가더만
처음 그 당시에는 이 자리에는 설앵초가 없었다
식생이 점점 넓어지는게 해마다 느껴진다
아마 이 친구 사진은 같은 장면으로 내가 50번도 넘게 찍었지 싶다
이날 산부추도 아주 약간 챙겼다
통신골에서 ~
이 구간이 제법 멋있는 축에 들었는데,
어디 돌덩거리가, 그것도 문디같이 생긴 돌덩어리가 굴러내려 경관 다 망쳐 버렸다
떠내려 보낼려면 제법 많은 비가 와야 되겠다
흰설앵초는 여전히 그 자리에 피었다
작년에 비해 두세송이 늘어난 듯도 하다(꽃을 송이라 하나?)
이 친구도 역시 그 자리에 피었다
역시나 몇송이 늘었다
처음 이 일대에 설앵초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게 야생화 군락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유전적으로 고정이 되어야 하고 항시 개체수가 안정적이어야 한단다
해마다 식생이 넓어지는 것은 맞다
나는 이제 이 친구들 피어나는 곳 거진 외울 정도가 되었다
이 자리쯤에서 적석님 일행 두분을 만나,
점심을 같이 먹고 그들은 하산을 해야하니 서둘러 올랐다
그리고 우리는 괜히 빨리 올라가면 언짢은 일 생길 수 있다며 느긋이 오침도 한판 때리고 오른다
다시 짐을 추스려 평소 점심 자주먹던 느륵바위에 이르니 적석님 일행이 아직 그곳에 있다
그리고 하산중이라는 백현님도 있다
우리는 처음 만나지만 아주 오랜 인연처럼 자연스럽더라
사진이나 같이 한장 찍을걸~
백현님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래도 샌드빅이라는 사람이 10여년 전에 중산리 부근에서 두번이나 우연히 만나 친구 먹기로 한 사람같다
하산해서 산거북이님한테 전화번호 따서 저장하려니 내 전화에 번호가 저장되어 있더만
길치면 됐지 사람치도 있어 가지고~
이 친구는 좀 독특하군
아마 몇년전부터 나타난 놈이지 싶다
설앵초는 이제 병풍바위 일대까지 세력을 뻗쳤다
아마도 그 꽃은 민들레 홀씨처럼 비산을 하여 종자를 퍼뜨리는 모양인데,
산으로님 말씀이 계곡 바람에 날려 올라와 그리된상 싶으단다
곧 군락지 되겠더라
제발 안갈수는 없고 가시더라도 훼손시키는 일 없기를~
통나무님이랑 산으로님은 잘래미띠 갑장이신데, 같이 다니다 보면 그 연세에 대단한 파워들이다
나도 최소 저 나이까지는.....,
건데 우연인지 모르겠는데 나는 잘래미띠들이랑 궁합이 맞는지 친한 사람들이 참 많다
예전 조은산님도 그렇고, 철인 클럽에서 유독 친한 사람도 그렇고, 학교 퇴직자 중에도 그런 분이 계시다
이 자리 뷰가 제법 죽이는데 날이 꾸무리하군
그것보다 기계도 하나 바꿀때 되었네
남릉으로 올라 붙었다
통샘 우리 몇십년전에 잔대가리 굴린다고 천왕샘에서 이길로 접어들었다가 시컵했지예
그 비바람 부는날에~
그때도 같이 올랐던 조은산님은 저세상 사람이 되어뿌고~
유품하나 돌탑아래 고요하다
이 탑이 갈때마다 무너져 있는데, 앞으로 몇번이나 더 쌓을 수 있을꼬~
술을 좀 적게 마시려 일부러 소주 한병만 챙겨 갔는데,
술꾼은 가만 놔두는 법이 없다
텐트를 치면서 우연히 눈길이 가는 돌 하나 있고, 어쩐지 그 안에 뭐가 있을거 같아 빼내어 보니~
여하튼 누구신지 아주 감사하게 맛나게 마셨습니다
텐트 다 쳤을 무렵 저쪽 능선에서 누군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오솔길과 지리N보이님이라는데 내가 인사만 하며 별 표시를 안하니, 오솔길이 나보고 우리는 같이 산행을 한번 한적이 있다한다
예전 황매산옆 모산재에서 같이 하루 걸었다기로 기억이 그때야 나더만
그때는 고혈압약을 잘못 먹어 헤메이던 시절이라 못 알아봐 미안하네
통샘이야 원래 술을 입에도 아니대시지만, 산으로님도 이번에는 어쩐지 술을 입에도 안대신다
당분간 금주하기로 하셨단다
그런거 좀 닮으면 될 것인데, 동석한 보이님과 몇잔 대작은 되었다
아따 새벽 2시반이나 되어 바람이 불어제치는데, 텐트가 들썩거려 잠을 못잘 지경이더만
아예 잠을 포기하고 불까지 켜고 있었지
그래도 그 바람에 안 날아가는 거 보면 신기해요
이날 일출은 05시 31분이란다
엉거주춤 일어나 기어 나가보니 해뜨는 장면 찍는다고 오솔길과 보이님은 분주하시더만
어쩌면 일출은 이 지점이 더 멋날수도~
통나무님은 정상으로 올라가신 모양이라
올해 통샘 천왕봉 일출 열번도 넘게 보고 계시지 아마
남은 밥으로 얼렁뚱땅 죽한그릇 끓여 먹고 서둘러 하산~
중산리에 이르니 9시도 멀었더라
나는 별 생각없이 걸어내려 가는데 산으로님이 넌지시 당기며 한방 박으시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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