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11. 9. 2 ~ 9. 4(2박 3일)
- 1일차 : 20:50 진주출발, 24:30 삼수령 도착, 정자 1박
- 2일차 : 05:30 기상, 08:20 건의령 산행시작, 12:30 구부시령 중식, 15:40 귀네미 마을 고랭지 채소단지 팬션 1박
- 3일차 : 우천으로 산행포기, 고랭지 채소밭 견학, 댓재 차량회수
그나마 격투기 도장은 빼 먹었는데도 학원 다녀온 희인이 밥 먹여 출발하니 아홉시가 가깝다
땅만 보고 걸어다니던 희인이가 어느날 부터 걷는게 틀리더란다
떡집 아저씨가 물어 봤단다
"니 요즘 어데 댕기노?"
아주 자신있게 "격투기 도장 다녀요" 하더란다
안그래도 손매 매운 놈인데 계속 다니게 하는 게 잘 하는 짓인가는 모르겠다
늦은 밤 고속도로는 막힘이 없다
영주 ic에서 내려 한시간 넘게 구불구불한 국도를 달려 삼수령에 이르니 자정이 훨씬 넘었다
청승맞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이미 당도한 뚜버기가 정자 주변으로 바람막이를 돌려 쳐 놓아 제법 아늑한 맛이 있다
급히 텐트를 쳐 아가들 재우다
나름 비가 오니 다행스런 마음도 인다
아마도 내일 아침엔 그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막걸리 서너병 기울이다 잠들다
4시쯤 일어나 차 한대를 귀네미 마을로 옮겨 놓고 산행을 시작할 계획이었는데 일어나 보니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계획을 바꿔 삼수령에서 건의령까지는 공간이동 하기로 한다
5시 반쯤 깨어 뚜버기 차를 귀네미 마을에 두고 돌아오다
이후, 아가들 깨워 정자에서 아침밥 먹고 출발하기로 하다
35번 국도 상사미교쯤에서 건의령으로 오르는 산길이 양호하다
백인교군자당은 그새 새로 지었난데, 산신각의 맛은 하나도 안나게 그야말로 대충 콘크리트로 발라 두었다
처음 대간 걸을 때 하룻밤 신세지던 풍경은 눈 씻고 찾아 보아도 없고나
딸내미들 비옷 챙겨 입히고 산행에 즈음하니 8시에 20분쯤이다
들국화 종류가 많은 즈음의 산길이다
이 계절로 여러 산에 흔한 꽃이지만, 특히나 이 구간엔 유독 많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이 꽃이 쌀로 보였을까
이 '며느리밥풀'과 같이 '며느리밑씻개'라는 풀도 있는 걸 보면 우리 사회에서 여인네들의 애환이 어떠했는지 대충 짐작이나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아빠들과 백두대간을 걷고 있는 우리 딸내미들은 좋은 시절에 태어난 셈이리라
무슨 풀을 보고 있나?
예전 공돌이 되기전에 란 채취꾼으로 반년쯤을 보낸 경력이 있는 뚜버기 말을 빌자면 이 놈은 싸리버섯인데,
그 독기가 심해 최소 3일은 물에 담궜다가 먹어야 한단다
특히나 적싸리는 독이 많아, 주로 백싸리 버섯을 식용으로 이용한다 한다
딸내미들 손에 한조각씩 떼어 줘 만져보게 하다
우중산행 한시간쯤 진행하니 푯대봉이다
마침 쉬어 가기에 적당한 곳이 있어 각자의 취향대로 간식을 먹고 간다
여건 참 안 좋았다
우리 27번 대간길 걸은 때 중에 날씨로는 최악이었다
하루 종일 비바람 쳤으니 말이다
한데도 딸들의 시각은 특이하다
덥지 않아 오히려 좋은 날이었단다
늦여름의 잡풀들도 가는 길 적잖이 방해한다
사진을 보니 그때 잘못했구나
희라 바람막이 벗고 걷게 하면 안되는데, 그거 간과해 지금까지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
12시 반쯤 구부시령에 당도해 비를 맞으며 점심 먹다
안내판으로는, 예전 산 밑에 사는 어느 한 여인이 서방을 무려 아홉번이나 사별한 사연이 있어 구부시령이라 한다는데...
뚜버기는 어디서 들었는지 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옛날 이 고개에 집이 한채 있었는데(둘러보니 딱 집한채 있을만 한 터다), 아홉명의 남자가 돌아 가면서 그 여인네를 먹여 살렸단다
몽고에 지금도 비슷한 전통이 남아 있는것과 같이, 마침 그 즈음에 이 고개에 나타나 머무는 남정네가 그 날의 서방이었던 게다
그리 들으나, 안내판 대로 하나 서방이 아홉이었던 여인네의 이야기가 있기는 했던 모양이다
아홉층 돌탑을 쌓아 놓고 소원을 빌라 하니 정말 그러고 있다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이 놈들 노는 거 보면, 그 비를 맞으며 참으로 보통 내공이 아니다
국내 최대의(?) 물봉선 군락지를 지나며~
비바람이 장난이 아녔는데 사진 참 용하게 찍었다
일본으로 지나는 태풍의 영향이 동해쪽에도 많았던 모양이라
그 바람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아쉽다
맑은 날이었으면 오른쪽으로 동해바다를 원껏 조망하며 걸을 수 있었을 터인데....
혜지는 이날 많이 힘들었는 모양이라
뒤쳐저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 장면들이 많았다
산 이름으로 하면,
누가 신선으로 환생한 산이라는데, 그 옆에 세워진 또 다른 이름으로는 지각봉(知覺峰)이라 되어 있다
쉰소리 말고 정신 차리라는 의미인 것일까
기대도 안했는데 들국화 군락으로 자생한 곳을 만난다
대충, 개미취라 하고 저절로 자란것으로 보아도 크게 틀림은 없다 한다
그러고 보니 개미취는 우리 농장에도 있자너
좀 비슷하구먼
자암재,
귀네미 마을 고랭지 채소단지까지는 아직 3.4km가 남았더라
아가들 비 너무 맞힌다
뚜버기 머리 써 여기서 탈출하자 한다
아주 탁월한 판단이었다
ㅋㅋ...
사진보고 있으려니 딸내미들 한테 좀 미안하네
마을에서 운영하는 팬션이다
어데 새마을 부녀회에서 자금을 지원 받아 지었단다
나름 양호한 시설에 우리식으로 걷는 이들에게 딱 좋다
우리 70년대 정전 자주 되었자너
몇번 깜빡이다가 아주 정전 되더만 2시간 넘게 불이 안 들어오데
야전에서 익숙한지라 불평을 토론하는 딸이 아무도 없더라
텔레비젼도 안 나오면서 뭐할라 저리 큰놈을 들여 놓았나
아주 뿌리를 빼요
팬션에서 놀다
아침 5시,
기상해 밖으로 나서보니 비가 그치지 않았다
그냥 고랭지 채소밭이나 둘러 보고, 산행은 포기하기로 하다
이 정자 아쉽다
소나무 내음세가 너무 좋아 비가 오지 않았으면 어른들은 여기서 야영했으면 정말 좋았겠던데...
'자~ 배추밭 체험이다 체험~'
'아빠~~배추밭 체험은 무슨...추워 죽겠다. 빨리 차 타자'
어제 삼수령에서 옮겨둔 뚜버기 차를 회수하러 댓재에 이르니 비바람은 더 심해졌다
참으로 산행 포기하길 백번 잘했구나
걸었다면 딸내미들 무슨 고생이야
휴~
댓재에서 진주까지 5시간 넘게 걸리데
이제 차츰씩 더 멀어져 가니 그 또한 걱정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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