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산행

땅끝기맥 2구간(2008. 10월말)

객꾼 2013. 3. 19. 11:43

지난주에 이어 불티재에서 2박이다

조은산님은 마찬가지로 차에다 자리를 만들어 주무시기로 한다

진주에서 가져간 돼지족발로 간단히 쏘맥 한잔~

중간고사 마쳤다고 따라붙은 조카 시나는 연신 피곤한 기색이다

먼저 자라고 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침낭속으로 스며든다

 

다음날~

노루재로 이어진 산길을 걷는동안 여명이 밝아온다

내심 지난번처럼 그런 길이어서는 시나가 있으니 큰일이다 싶었는데 나름 양호하다


 

 

 

 


 

산정에 다다를 무렵의 조망이 그런대로 볼만하다


 

 

 

 

아니나 다를까

땅끝 아니랄까봐 구색은 맞춘다

내심 걱정했는데 아이가 걸음이 느려서 그렇지 군말없이 꾸준한 보폭으로 따라는 온다

 

 

 

 


 

사자봉이 멋지게 조망되는 곳에 금강거사 해주최공이 묻혔다 하니 제법 운치가 있는 무덤이다

망자는 항시 저 암봉을 쳐다보아 좋은겐지~

저 너머는 어찌 변했는지 궁금해 하는겐지~


 

 

 

양면석불 이라길레 나는 얼굴이 두개인 불상인 줄 알았다

애초부터 제대로 고증이 되었다면 거의 국보급이리라 싶으다

가사 장삼을 걸치고 포부도 당당히 가부좌 틀고 계시니 막걸리 한잔 아니 올릴수 있나

널리 국태민안하다


 

 

 

 

 

길은 어느새 주등로로 접어 들고 있다

 

 

 


 

천황봉으로 가까워 지는 어느 길에서 보니 사자봉 뒷편으로 들판 한번 넓디넓다

나는 넓은 들판을 보면 웬지 기분이 좋아진다

실로 풍족히 먹고도 여력이 많아 남도소리를 만들고도 남을 고장이다

 

 

 

 

 


 

천왕봉이 눈앞으로 쑤욱 다가온다

 

 

 

 


 

사람과 개는 나름대로 바쁘다


 

 

 

 

 

아이는 이때쯤 거진 말이 없어졌다

 

 

 

 

 

 

 

구름다리~


 

 

 

 

 

 

 

통천문


 

 

 

 

 

 

영산강과 영암들판~


 

 

 

 

 

 

천황봉에서 향로봉 능선


 

 

 

 

 

 

되돌아본 천황봉


 

 

 

 

 

 

월출산 12대 기암에도 없는 바위인디....



 

 

 

 

 

 

향로봉과 구정봉


 

 

 

 

 

 

벤또의 캐리어가 점점 늘어난다

요놈 요거 한 열번만 데리고 다니면 반 도사 되겠다


 

 

 

 

 

 

베틀굴에 백양산

 

 

 


동상이몽,

존산 : 저 산만디가 요리 가다가 조리 꾸부라져서리~

벤또 : 밑에 저 잉가이 내한테 며르치 한쪼가리라도 조야되낀데~

 

구정봉에서


 

 

 

미왕재에서 조은산님이 시나를 보고 도갑사쪽으로 탈출해가 놀고 있으면 데리러 간다하니,

당치않는 말씀이라는 냥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것은 그 힘이 남아서가 아니라 낯설은 곳에 혼자 방치됨을 두려워 했음이라

길을 가다가 시나 이런다

"삼촌~ 엄마가 내보고, 나 삼촌따라 등산한다하니 '니가 미쳤나~'카더라"

"와?"

"삼촌이 가는 산은 내가 알고 있는 산이 아니라데~"

"음......."

"그래도 내 설마하며 따라왔다 아니가~건데 이건 좀 심하다~"

내는 시나랑 보조 맞춰 세월아 네월아 걷는게 좋기만 하더만 조은산님은 윽시기 갑갑했을꺼라

에~또,,,다음에 한번 더 데리고 가삐는 수도 있응께~


 

 

 

 

 

 

생긴 빠꾸또리가 월각산이다


 

 

 

월각산은 기맥에서 잠시 좌틀해 들어간다

힘 떨어진 시나에게는 이것도 무리인데 조은산님이 하도 월각산 조망이 기똥차다고 하시길레 시나를 채근하여 올랐다

기대가 컸음인지 그리 썩 조은 조망처는 아니더라

국태민안하고~

 


 

월각산정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다가 우리는 밤재에서 끊기로 하고 차 키를 챙긴다

조은산님과 백양산은 먼저 나아가고 시나와 나는 한층 더 세월아 네월아 걷는다

그런데 월각산에서 밤재까지의 길이 장난이 아니다

나름대로의 감각과 아마도 조은산님이 일부러 그러했음직한 낙엽을 끌면서 간 자국이 아니라면 길 잃어 헤메이기 쉽상이다

 

가끔씩 나타나 주는 표지기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표지기가 이런 훌륭한 역활이 있음인데도 그걸 일부러 떼며 다니는 자들은 아마도 깊은 산중에서 제대로 고생해 보지 않은 자들일게다

잘 모르겠으나 산에서 산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표지기 이야기 만큼은 한번씩 하곤한다

표지기를 떼는 사람도 물론 생각이 있어 그러하겠지만, 다는 사람에겐 더 확실한 생각이 있어 그럴터이다

예를들어 지리산길에서

밤이거나 눈이 많이온 날엔 때로 표지기가 사람을 살릴수도 있다

반대로 표지기를 떼어 냄으로 인해 사람이 죽는 일이 있을수도 있으니 재세상 사람들이 깊이 명심해 볼 일이다

밤재 폐업한 주유소에 이르니 미리 불러놓은 택시가 기다리고 있다

길을 헤메였다면 상당히 미안할 뻔 했다

불티재까지 15분도 안걸린다

제안고개 가는법을 물으니 자기를 따라 오란다

처음엔 상당히 무뚝뚝한 사람으로 보았는데 일부러 제안고개가 보이는 곳까지 차를 인도하여 손짓으로 가르쳐 주고 가시니

참으로 사람을 그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월각산정에 핀 와송-와송이 이런 곳에도 피다니 신기하다>